핵 실험에 이어 후계 체제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丹東)과 선양(瀋陽) 일대에서 최근 북한 관련 루머들이 난무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급부상한 김정운과 장남 김정남에 대한 루머는 물론 북한 및 중국의 움직임과 관련된 ‘카더라’식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떠돌고 있는 것.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이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급부상한 김정운이 이달 10일께 중국을 방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했다고 보도했으나 중국과 북한 당국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정운의 측근들이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을 암살하려다 중국의 반대로 실패했다고 일부 국내 언론이 보도했으나 아사히는 18일 김정운의 후진타오 주석 면담 때 김정남도 동석했다는 엇갈린 내용을 보도했다.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의 잇단 강경조치가 역설적으로 북한이 파탄 직전의 ‘막장’까지 갔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김정일 위원장 체제가 곧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중국이 탈북 사태에 대비해 지린(吉林)성 창춘(長春) 일대에 대규모 수용소를 건립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분명한 반대 표시에도 불구하고 핵 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화가난 중국이 최근 북한에 석유를 공급하는 헤이룽장(黑龍江)의 송유관을 잠갔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중국 내 대북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한 중국에 항의하고 자력갱생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 북한이 단둥에서 압록강 너머로 보이는 신의주 일대에 새로운 가옥들을 잇따라 짓고 있다는 얘기도 떠돌지만 확인이 안되고 있다.
최근들어 대북 루머들이 부쩍 늘어난 이유는 워낙 폐쇄적인 북한이 핵 실험 이후 내부 통제에 나서면서 ‘쪼가리’ 정보조차 확인하기 어렵게 된 반면 외신과 학계, 대북 정보기관 등 대북 정보 관련 수집가들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단둥과 선양 등에 몰려드는 대북 정보 수집가들은 탈북자나 대북 무역상, 대북 소식통 등을 상대로 북한의 움직임을 파악하려고 애쓰고 있으며 심지어 적지 않은 돈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핵 실험 이후 북한이 엄격한 내부 통제에 나서면서 주요 정보원 역할을 했던 탈북자들이 급속히 줄어들었고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의 주재원이나 무역일꾼들은 아예 대외 접촉을 피하고 있으며 대북 무역상들도 신분 노출에 따른 사업상의 불이익을 우려해 입을 닫아 버리는 바람에 북한 관련 정보를 얻어내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는 심리적 중압감에 시달리는 대북 정보 수집가들을 상대로 그럴싸하게 포장한 ‘정보’를 팔아먹는 자칭 대북 전문가들까지 등장하면서 미확인 루머가 양산되고 있는 것.
중국의 한 대북 전문가는 “단둥과 선양이 지리적으로 북한과 가깝긴 하지만 신의주 일대를 오가는 대북무역상들로부터 귀동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대북 소식통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고 고급 정보도 나올 수 없다”며 “긴장감이 고조될 때마다 한국 등의 언론보도를 토대로 적당히 꿰맞춘 ‘가공 정보’를 이용해 해외 언론 등을 상대로 장사하는 ‘소식통’들이 등장하곤 한다”고 전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