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관계 시험대

북한과 미국의 기나긴 밀고 당기기 끝에 재개된 이번 6자회담 제5차 2단계 회의는 기로에 선 북한과 중국간의 관계에서도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은 `혈맹’을 자랑해오던 북중 관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고 중국은 북한을 유례없이 강력한 어조로 비난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했다.

북한과 인접한 중국 변경지역에선 군사훈련, 철조망 설치 등 심상찮은 징후가 포착되기도 했다.

내부적으로 북중 군사동맹 조약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일부 인사들이 상호 불신을 드러내는 말들을 서슴없이 꺼내놓은 것도 북중 관계가 이상조짐을 보이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

북한의 핵 보유가 중국에 가져오는 파급 영향이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은 동북아 전체를 긴장상태로 몰아넣어 한국, 일본은 물론 대만까지 핵무장에 나서도록 부추기며 군비경쟁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주변정세의 안정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의 일관된 시각이다.

결국 전략적 맹방인 북한을 내치기가 힘들었던 중국은 또다시 북한과 미국을 설득, 6자회담 카드를 꺼내들기에 이르렀다.

과거 단순 중재자에 머물렀던 중국은 이번에는 회담 당사자로서 역할의 성격을 재설정함으로써 북한 핵문제 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 등에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용주의로 무장한 중국 제4세대 지도부는 6자회담을 시험대로 삼아 북한의 진의를 타진한 뒤 북한을 다시 중국의 영향권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가능한지를 판단, 이에 따라 북한과의 관계를 재설정할 수도 있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해온 중국으로선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초기 핵폐기 이행조치가 어느 선에서 이뤄질지를 가장 중시하고 있다.

미국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가동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핵물질 및 핵프로그램의 성실신고, 핵실험장 폐쇄 등 여러 `문항’에 북한이 얼마나 `정답’을 내놓을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에 따라 관련국의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 등 상응하는 호혜조치가 이어지겠지만 그동안 계속 대북원조를 제공했던 중국에는 이런 상응조치보다 북한의 태도가 더 궁금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전략적 관계에서 중국이 계속 북한체제의 붕괴나 정세급변을 그대로 두고보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북한에 대해 한결 냉정해지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중국 외교부가 최근 6자회담을 앞두고 `자제’와 `냉정’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중국은 이번 회담이 별다른 소득없이 무위에 그칠 경우 대내외적으로 6자회담 무용론이 확산되고 중국 군부내에서 대북 강경론이 부상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중동평화 중재에 나설 뜻을 밝히기도 한 중국에겐 18일 개최되는 6자회담이 대북 관계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대국의 자세도 보여주어야 하는 중요한 시험장임에 틀림없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