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중 접경 지역을 다녀왔다. 북한과 중국이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1300km가 넘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압록강 하류 단둥(丹東)에서부터 두만강 하류 방천(防川)까지 다녀왔으니 북중 접경 지역을 간략하게나마 모두 둘러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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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관계를 흔히 혈맹 관계라고 한다. 중국의 사회주의 혁명을 조선인들이 지원하고 6·25 전쟁에 중국이 북한과 함께 참전한 정치적 측면을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의 기다란 접경지대를 둘러보며 필자가 받은 느낌은 북중 관계가 이 같은 정치적 관계 외에도 ‘이웃’이라는 지리적 관계로 연계돼 있다는 점이었다.
단둥에서 북중 국경을 따라 올라가면서 본 압록강은 폭이 수십 미터 때로는 10여 미터 정도에 불과한 좁고 기다란 강이었다. 국경을 따라 북한 지역에는 초소가 중국 지역에는 철조망이 군데군데 있지만, 양국 국민의 왕래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야말로 좁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시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이웃이 북한과 중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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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원정리로 넘어가는 다리가 있는 중국 훈춘(琿春)의 권하(卷下) 세관에는 북한과의 교역을 위해 북한으로 향하는 화물차들이 줄을 이었다. 유엔의 대북제재가 행해지고 있고 북중 관계가 요즘 냉랭하다지만 훈춘의 대북 교역은 365일 하루도 쉬지 않을 정도로 활발했다. 훈춘시 관계자는 “대북 교역의 규모는 비밀이지만 급증하고 있다”며 “최근 북중 관계에 비해 북러 관계가 좋아졌지만, 북한이 유동적인 국제정세를 감안해 중국, 러시아 두 나라와의 관계를 다같이 발전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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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를 위해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수도 만만치 않았다. 중국 옌볜(延邊) 지역 모 인사는 “연변 지역에 (돈벌이를 위해) 나와 있는 북한 노무자(노동자)들이 2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며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을 통해 북한이 벌어들이는 돈도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이 밖에, 중국 지역에 진출해 있는 북한 식당과 술집을 통해 북한에 흘러들어 가는 돈도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지만 북중 관계의 냉랭을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1000km가 넘는 국경을 통해 북한은 중국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고, 중국 또한 북한과의 교역을 통해 동북지역을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 가능성을 주시해야겠지만,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북한의 고립이 심화돼 곧 무너질 것이라는 ‘주관적인 기대’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