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회담 후 ‘분주해진’ 북핵외교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조건부 6자회담 복귀 발언이 나온 ‘북.중회담’ 이후 관련국들의 북핵외교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김 위원장 발언의 해석과 평가를 둘러싸고 각국간 시각차가 드러나면서 향후 대응방향을 놓고 서로의 주파수를 조율해보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각국은 조만간 예정된 정상외교 무대는 물론 별도의 순방기회를 활용해 관련국간 협의를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8일 브리핑에서 “북한의 진의가 불분명한 만큼 5자간 협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엇보다 10일 한.중.일 정상회담이 북핵 외교의 중요무대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동북아 역내 3개국 정상의 회동이지만 북.중회담 결과와 향후 북.미 양자대화에 관한 5자의 시각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하고 추후 대응기조의 향방을 점칠 수 있는 기회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북.중회담을 외교적 성과로 꼽고 있는 중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6자회담의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은 7일 성명을 내고 “북.미 대화가 (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측의 ‘진의’가 모호하다며 북.미대화의 조기 추진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북.미대화 결정에 유보적 입장인 미국과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선언을 환영하면서도 북.미대화에 대해서는 6자회담의 틀을 강조하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러시아도 비슷한 스탠스로 읽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번 3국 정상회의에서는 호스트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방북결과 설명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를 계기로 3국 정상 간에 심도있는 토론과 의견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지난달 뉴욕에서 제안한 ‘그랜드 바겐’안의 취지와 협상방향에 대해 적극 설명하고 중.일 정상의 공감대를 끌어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한.중.일 정상회의에 앞서 열리는 9일 한.일 정상회담도 북핵 문제에 관해 한.일간 보폭을 조율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대화 성사의 키를 쥔 미국은 다음 주중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일본(11일)과 중국(12일)으로 보내 북.미대화의 시기와 형식에 대한 관련국간 협의 프로세스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북한의 ‘진의’가 모호한 상황에서 섣불리 북.미대화에 나섰다가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5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향후 공통된 대응기조를 마련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캠벨 차관보는 북.중회담 결과를 적극 평가하고 있는 중국 측의 정확한 입장과 대응방향을 탐색하는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캠벨 차관보가 이번 순방에서 한국을 방문하지 않는 데 대해 모종의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캠벨 차관보는 지난달 하순 이 대통령이 주창한 그랜드 바겐에 대해 “솔직히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여 한.미간 사전조율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캠벨 차관보가 지난 7월 중순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가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우리와는 지난 7월 방한 때는 물론 여러 외교경로를 통해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고 강조하고 “바빠서 그런지 한국은 아직 온다는 얘기가 없다”고 설명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