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밀월에 南 소외, 그러니 대북정책 전환하라고?

김정일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미·북 회담 결과를 보고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김정일이 공개적으로 조건부 6자 복귀 의사를 표시한 것은 표면상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내용을 드려다보면 중국의 ‘체면’을 살리기 위한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맹국이면서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위신을 세워주면서 경제적 ‘실익’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대(對)중국 외교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김정일이 “미·북 대화 진전을 보고”란 단서를 단 것도 사실상 6자회담보다는 미·북 양자대화에 무게를 두겠다는 것으로 기존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중국이 이번 방북 과정에서 불투명한 북핵협상 약속에 대한 대가로 북한에 대규모 무상지원 등 경제협력 선물을 안겨준 것이 자칫 ‘대북 제재 국제공조’에 균열을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대북 제재의 국제협력 체제를 무너뜨리고 6자회담 참가국들의 대북 협상력을 크게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며 “중국이 유엔 제재가 발효 중인 상황에서 선(先) 원조약속이라는 보상을 해 주는 것은 지난날 북한 다루기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 역시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엔이 금지한 지원을 약속했다면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격이 없다”면서 “북은 중국의 태도를 보고 국제제재 전선에 균열이 생겼다고 판단해 핵 개발에 더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대규모 경제원조 약속에 따라 유엔 대북제재가 사실상 효력을 잃을수 있다는 우려다. 그럼에도 이번 김정일-원자바오 회담이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대외에 과시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같은 기류에 편승해 제재를 통한 압박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이미 ‘사망선고’를 당했다는 주장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나아가 국제공조에 따라 대북제재에 힘을 싣고 있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북한 전체 무역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대규모 원조와 경제협력을 약속한 마당에, 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자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북한과 중국 사이에 ‘신밀월시대’가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북한에 대한 압박 차원에서 남북 교류·협력을 철저하게 차단해온 이 정부의 탓도 크다”면서 “우리 정부는 한계가 확실하게 드러난 국제공조를 통한 압박정책을 여전히 고수하겠다는 자세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새로운 변화에 맞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짜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 확대에 따라 우리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경제지원 등의 노력이 없을 때는 남북관계 악화와 핵문제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분석으로 보인다.

경향신문도 <정부 "더 지켜봐야" 대북 기조 유지> 기사에서 “급박하게 돌아갈 북핵 외교에서 한국의 할 일이 없어지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며 “제재 중심에서 대화국면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정부의 주도적 역할은 우리가 한반도 문제 당사자임을 생각할 때 남북관계에서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며 “정부가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책 전환을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강경기조의 대북정책을 전환해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면 북핵문제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해석이다.

그러나 대북제재가 북한의 핵실험 등에 따른 국제사회의 처벌 형식을 가지고 있는 데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았는데도 경제지원을 실시하는 것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보상해주는 지난날의 과오를 되풀이 하는 것이 될 수 잇다.

중국의 경제원조는 안보리 결의 1874호 위배 여부를 잘 고려하고 중국 정부에 수위 조절을 요구해야 할 일이다. 중국이 북한을 지원한다고 우리도 지원하지 않으면 소외될 것이라는 지적은 앞뒤가 뒤바뀐 주장으로 보인다.

또한 북핵 문제의 주도권 부분에서도 북한은 핵문제를 철저히 미·북간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우리가 한미공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 우려할 부분이 아니다. 실제 김정일도 원 총리와 만나 ‘미·북대화 결과’를 6자회담 복귀 조건으로 내걸었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에도 이러한 논리로 국제적 공조보다는 남북관계 유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핵문제는 해결되기는 커녕 더욱 악화됐다.

북한의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수조원 규모의 대북 경제적·인도적 지원을 했음에도 북한의 핵문제에서 전향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다는 것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으로 이뤄진 북중밀월을 틈타 다시 햇볕정책을 끄집어 내려는 저의가 적지 않아 보인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