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관계 혈맹 탈피 ‘중유 갈등’으로 재확인

북한과 중국이 ‘혈맹관계’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사례들이 속속 나타남에 따라 북중관계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13합의’에 따른 중국의 중유 5만t 지원이 다소 늦어졌다고 북한이 6자회담을 연기하는 것은, 북중관계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에선 쉽사리 수긍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지난해 북한이 동북아시아 정세를 뒤흔드는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실험 20분전에야 중국에 통보한 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북한은 중국의 제2차 국공내전 시기에 마오저뚱(毛澤東)이 이끄는 공산당을 지원했고, 중국은 6.25전쟁 때 북한을 돕기 위해 군대를 파견했다. 말 그대로 혈맹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의 혈맹관계는 이미 1960년대 중국의 문화대혁명과 반김일성운동, 북한에서의 자주노선 강조를 통해 깨져나갔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저서 ‘북한의 국가전략과 파워엘리트’에서 김일성 주석이 생전 간부들과 비공개 협의회에서 중국에 대해 말한 내용을 통해 북중관계의 현주소를 설명했다.

김 주석은 “중국 사람들은 장사꾼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옷에 주머니를 여러 개 가지고 있는데 어느 주머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국 사람들을 너무 믿다가는 자칫 등 뒤에서 칼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

특히 1990년대 사회주의권 국가가 붕괴하고 중국이 한국과 수교하면서 중국에 대한 북한의 시각은 더욱 ‘객관화’했고, 최근 중국의 유엔 대북 제재 참여와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 해결 과정에서 보여준 중국의 소극적 태도에 북한의 대중 정책은 더욱 빠르게 변했다.

현 위원은 “북한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이 김정일 정권의 장래와 관련해 이해를 공유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중국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김정일 정권을 배신할 수 있다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중국이 김정일 정권을 배신하는 경우 언제든 미국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의사를 보임으로써 북한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충돌시켜 어부지리를 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5년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과 면담에서도 중국을 전적으로 믿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러한 언급은 미국측에도 전달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등이 큰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현성일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처지가 “대내 정치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을 시종 경계하면서도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의 견지에서는 전통적 우방으로서의 중국의 보호와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북한의 대중 전략은 중국의 내정간섭과 정치적 영향력은 철저히 견제하면서 중국의 경제력과 외교력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한중수교 이후 냉각기를 거쳐 복원되기는 했지만, 일방이 타방을 지배하는 형식의 수직적 동맹관계는 아니다”라며 “사안별로 협력과 반목을 반복하면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6자회담이 다자안보 채널로 기능하게 될 경우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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