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ㆍ美에 상호 변화 가능성 설득해야”

“21세기 초는 미국의 패권이 쇠퇴하고 국제적인 세력 균형체제로 복귀하는 과도기로서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따라서 한국이 험난한 국제 정세에 대처하려면 유연하고도 기동성 있어야 한다.”

워싱턴 총영사관 영사인 이백순 참사관이 6일 20년간의 외교 현장에서 축적한 지식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국제정세를 분석하고, 한국의 진로를 모색한 ’신세계 질서와 한국’을 발간했다.

400여쪽에 이르는 이 책은 초강대국 미국의 세계전략, 한반도 주변 4개국의 외교안보 전략, 국제안보 위협, 국제경제 정세, 한반도의 지정학 등 한국의 외교 운명을 좌우하는 요인들을 골고루 다루면서, 100년전 열강의 쟁패가 재연되는 듯한 현 시점에서 한국이 어떻게 슬기롭게 국익을 지켜낼 수 있을 지를 모색했다.

이 책은 외국 학자의 관점이 아닌 현장을 뛰는 우리 외교관의 시각에서 국제질서를 조망하고 한국의 대응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그는 “지난 1993년 북핵 문제가 터진 이후 한국은 북핵 문제에 매달리느라 국제 질서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왔다”면서 “동북아의 민족주의가 팽배하고, 100년전 열강의 쟁패가 재연되는 양상을 보이는 이때 새로운 국제질서의 실상을 이해해야만이 우리의 진로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5년 외무고시 19기로 입문한 이 영사는 EC대표부, 유엔대표부에 근무한 바 있으며 외교부 안보정책과장을 역임했다.

다음은 이 책의 주요 내용.

◇ 변화하는 정세속의 행동준칙= 어느 국가를 ’선한 제국’으로 기대하거나 어떤 국가를 ’악의 제국’으로 매도하는 것은 현실적인 접근법이 아니며, 따라서 도덕적 기준과 감수성을 극복하고 냉철한 현실주의적 시각으로 국세 정세를 봐야한다.

◇ 미국 쇠퇴로 세력 균형체제 도래= 20세기는 미국의 압도적 패권이 통용된 ’팍스 아메리카나’였으며, 20세기 후반은 냉전체제라는 이원화된 구조의 특이한 국제질서의 시기였다.그러나 21세기초는 미국의 패권 쇠퇴로 전통적인 세력균형 체제로 복귀하는 과도기에 있다.

미국은 주도권을 잃지는 안되 다른 열강들과 협의를 통해 국제 질서를 관리해갈 것이다. 그러나 이 과도기에 미국이 일방주의를 지속할 경우 체제 불안정성은 증대될 것이다.

◇ 북핵문제= 북핵 해결과정에서 균형된 시각으로 ’정직한 중재자’역할을 담당해야한다. 북미 양측 가운데 일방이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시키기 위해 불합리하게 강경 입장을 고수할 때는 무게의 중심을 다른 편으로 옮길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항상 안보가 최우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은 북ㆍ미 양측 모두에 과거지향적 자세가 아닌 미래지향적 자세로 해법을 찾아 갈 것을 권고해야한다. 북ㆍ미가 최고 기대치를 협상 목표로 삼아 비타협적 자세를 고수할 것이 아니라 상대의 변화 가능성을 서로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

◇ 지정학적 고려= 한국은 통일전 도서국 형태이든, 통일후 반도국의 지위를 회복하든 부존자원 부족과 내수 기반 불충분으로 대외 지향적 개방경제체제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어차피 닥쳐올 세계화의 파고라면 앞서서 넘어야 한다. 한반도가 통일되고 국력신장이 더 이뤄지면 반도 국가및 무역국가로서의 성격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만큼 지정 경제학적인 조건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 외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 한국의 진로= 냉전 시대의 양극 구조가 복잡한 일초다극체제가 될 것이며, 국가간 합종연횡 등 유동적인 체제가 예상된다. 분단된 반도 국가라는 제약속에 우리의 주권을 지키고 우리의 의사에 반해 주변 4강국의 갈등 구조에 연루돼서는 안되며, 한반도 평화 통일 및 동북아 평화 체제 정착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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