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ㆍ日 “얼굴마주치기도 싫어”

주중 북한대사관이 최근 일본 정부가 팩스로 보낸 독도우표 발행과 관련한 항의 팩스문을 지난 20일 다시 팩스로 돌려보낸 것은 최악에 처해있는 양국 관계의 현실을 재확인해 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주중 일본대사관을 거쳐 팩스를 통해 주중 북한대사관에 항의 문서를 보낸 그 자체가 외교 관행상 보기 힘든 특이한 사건이다.

외교적 관례에 따르면 외교 문서는 상대국 공관을 직접 방문해 전달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지만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주 긴급한 사안일 경우에는 팩스로 먼저 문서를 보내놓고 사후에 절차를 밟아 정식 문서를 접수하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 북한이 독도 우표를 발행한 사실이 과연 팩스를 이용해서 항의 문서를 보내야 했을 정도로 긴급한 사안이었는지 의문이다. 이미 북한은 작년 4월 독도를 구성하는 두 개의 섬인 동도와 서도의 사진을 담아 우표를 발행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항의 팩스문을 전달한 시점은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난 9일 독도 생태환경을 소재로 한 우표를 새로 발행했다고 보도한 시점 이후로 추정되지만 팩스로 항의문을 보낼 정도로 다급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양국의 ‘팩스 공방’은 일본 정부가 국제 사회에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요코타 메구미의 유골 감정 결과를 빌미로 대북 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나온 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측 감정결과를 반박하고 있는 북한은 여러 차례에 걸쳐 공개적으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일본은 실무자 레벨에서 직접 만나 감정 결과를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지만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 외교 채널이 끊긴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팩스를 통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방 외교’를 편 셈이다.

아무튼 북한은 이번 ‘팩스사건’으로 일본에 또 한번 극도의 불쾌감을 갖게 된 듯하다.

주중 북한대사관이 일본 정부의 팩스문에 대해 ‘받을 가치 마저 상실한’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다시 팩스로 문서를 돌려보낸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