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평양시에서 해외 파견 노동자로 나가기 위한 심사에 탈락한 전(前) 1여단 시공참모가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지난 18일 외국에 (노동자로) 나가는 사람을 신체검사하는 평양시 제2 인민병원 구급과에서 분신자살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자살을 시도한 이 주민은 끝내 사망했고 곁에 있던 의사들이 크게 다쳤다”고 말했다.
소식통이 전한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북한은 오는 2월부터 러시아에 벌목공 등 노동자를 파견하기 위한 1만여 명의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해외 파견 노동자로 나갈 경우 북한에서 일할 때 비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주민들은 이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파견 노동자로 선발되기 위해 관련 간부들에게 상당한 양의 뇌물까지 바치고 있다.(▶관련기사 : 당대회 이후 해외노동자 파견?… “러시아 벌목공 암암리 모집 중”)
김 씨 일가 우상화 건축물과 특각(별장) 건설을 주 임무로 하는 인민군 1여단 건설부대의 시공참모 출신인 이 주민도 해외파견 노동자로 나가기 위해 신체검사를 신청했다.
북한에서 1여단과 호위국 출신은 특수 임무를 맡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해외 파견 근로자로 나가지 못한다. 하지만, 이 주민은 신분을 속이고 신체검사를 받으려 했다.
그러나 문제는 신분을 감춘 게 아닌 의외의 곳에서 발생했다.
그는 과거 묘향산 특각을 짓다가 동상을 입어서 왼쪽 새끼발가락이 잃었다. 그런데 병원 측은 이를 문제 삼으면서 그를 신체검사에서 불합격을 시킨 것이다.
장애가 있는 경우 ‘근로 무능력자’로서 다른 나라에서 노동자로 파견할 수 없다는 게 병원 측의 입장이다.
북한은 과거보다 장애인을 보호하고 사회적 차별을 없애려는 적극적 정책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 전반에 장애인은 지원이 필요하고 사회적으로 이바지하지 못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남아 있다.
이런 인식의 바탕이 돼 해외 파견 노동자 선발에서 장애인을 원천 배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그는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위해 건설에 몸담았는데 왜 내가 불합격이냐”며 “나를 내보내면 천 명, 만 명 내보내는 것보다 낫다”고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신체검사 불합격 통보에 불만을 품은 그는 두 번째 심사를 받으러 가면서 몸에 휘발유를 품고 들어갔다.
그는 구급과에서 체온을 측정할 때 가지고 있던 휘발유에 불을 붙였다. 그러면서 주위에 있던 외과 과장 등 2명을 끌어안으면서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본인만 다음날인 19일 사망했다. 그가 동반 자살을 하기 위해 끌어안았던 의사들은 손에 큰 화상을 입어 의사직을 더는 수행하기 어렵게 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분신자살을 한 군인이 신분을 속이면서까지 지원한 이유는 생계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는 군 복무 중 발가락을 잃어 감정 제대(의병전역)한 그는 영예 군인(상이군인)이다. 영예 군인은 당국으로부터 일부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영예 군인에 대한 지원은 일정하지도 넉넉지 않으며 심지어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도 상당하다고 알려졌다.
이에 생계 문제에 시달리던 그가 돈을 벌기 위해 신분을 감추고 해외 노동자 파견에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선발 대상에서 제외되자 절망감과 배신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