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안보리 구상으로 ‘독자 대응’ 힘빠지나

북한의 소행이라는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직후 정부가 ‘단호히 책임을 묻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대북 심리전 및 한미 군사훈련 등이 안보리 논의 이후로 미뤄지면서 대응조치 모멘텀에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안보리 협의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 대북 응징조치를 본격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지난 11일 대북방송 재개 시기와 관련, “한국과 미국 모두가 유엔 안보리 조치가 끝나고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해 홀딩(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연합훈련도 미뤄졌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지난 4일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유엔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우선 지켜보고, 그 이후에 다음 조처를 생각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도 안보리 대응조치 이후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북한도 적극적 외교공세에 나서면서 한미의 ‘先 안보리 회부 後 양자 조치’ 계획이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엔안보리에서 국제사회의 공통된 목소리를 이끌어 전방위 대북제재에 나선다는 한·미 양국의 구상이 당초 계획한대로 ‘안보리 대응조치’가 나오지 않을 경우 이에 따른 독자적 대응조치 모멘텀도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안보리에서 국제공조에 힘을 쏟고 있지만 현재처럼 대응조치에 드라이브를 걸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안보리의 대북규탄 수위에 따라 정부의 응징조치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러시아가 2~3주 후쯤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고, 상당수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이 6월 말까지 아프간 등 현장 시찰을 떠나 천안함 논의 자체가 답보상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안보리 협의결과는 7월 중순 이후 나올 것으로 예상돼 한미의 대응조치도 두 달여 가까이 보류되는 셈이다. 


또한 지난 2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전쟁 위기론’으로 정부의 천안함 대응조치에 제동을 걸어온 야당에 참패하면서 정부의 응징조치의 수위에도 일정정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북 응징조치가 한반도 긴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여론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정부·여당 안팎에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안보리를 통한 제재에 우선 집중하면서 단독제재에는 속도조절에 나섰지만 안보리 협의가 미뤄지면서 독자적 제재 역시 추진력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해에서 실시되는 한미 군사훈련 역시 중국의 강력 반대에 직면할 가능서도 제기되고 있다.


김연수 국방대학교 교수는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유엔안보리에 너무 많은 기대를 했다. 안보리는 상징적인 조치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조치는 한미 양국의 해야 한다”면서 “대북 응징조치를 안보리 회부와 별도로 추진했어야 했으나 연계시키는 바람에 현재 대북 응징조치가 힘이 빠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천안함 대응조치를 유엔안보리와 연계시키면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북한의 대남 선전에 이용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차분하면서 단호한 대북 응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는 대북 응징조치를 취했을 때 북한의 강경 공세를 감당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안보리에서의 어떤 내용이 나오든 한미일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실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정부가 대북 응징조치의 타이밍을 놓쳐 유보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에 퇴로를 열어 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천안함 사건 이후 정부가 중국에게 압박을 줄 수 있는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면 대중 영향력이 제고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 전문가는 “중국의 외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이 강력한 제재를 전개해 한반도의 위기지수가 높아지면, 중국은 ‘뭔가 선택해야 겠구나’라는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도 “우리가 단호한 조치를 보여야 중국도 레드라인(대북정책에 설정된 정책전환의 한계선)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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