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사과→대화·사과 병행 기조로 대북접근 전환”

지난 23일 열린 남북 비핵화회담을 기점으로 정부의 ‘선(先) 천안함·연평도 사과 후(後) 남북 대화’ 원칙에 변화가 감지됐다. 잇따른 남북 접촉 행보는 이를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는 창구로 적극 활용하자는 정부의 변화된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회담에 이어 정부는 1년7개월 만에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 간 회담을 제의했고 그 동안 막아온 민간의 밀가루 지원을 허용했다.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사과 후 대화 원칙에는 변화를 주지만 남북관계가 본격적으로 복원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사과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낙관론은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남북관계와 관련, “정부의 입장은 원칙 있는 대화”라고 말했다고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김 수석은 “대화도 하지 않고 원칙을 고수하겠다든지, 무조건 사과해야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논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의 사과에 얽매여 대화 자체가 열리지 않았던 만큼 일단 대화 성사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는 공을 들여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반도 비핵화 회담, 대북 인도적 지원, 금강산 관광 관련 북한과의 다양한 접촉 등 입체적인 남북대화 틀에서 비핵화 및 천암함·연평도 사과를 요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수석은 “대화 없이 원칙을 지켜나갈 방법이 없고 그렇다고 원칙을 포기하고 대화에만 매달릴 수도 없다.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 서로 순환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비핵화회담, 남북대화, 인도적 지원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3트랙을 통해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찾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기존의 ‘선(先) 천암함·연평도 사과 후(後) 남북대화’ 기조에서 ‘대화·사과 병행’ 기조로 시프트(shift)가 이뤄졌다.


정부 소식통은 “일단 만나야 천안함·연평도에 대한 사과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면서 “비핵화 회담이든 금강산 관련 회담이든 다양한 접촉을 통해 북한의 정확한 의도나 진정성을 파악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러한 대화과정에서 북한의 진정성이 있고 남북 간 신뢰가 회복된다면 그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면서 “현재는 북한의 의사를 타진하는 탐색전으로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남북대화를 이끌어가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 소식통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다는 언론들의 기사들은 확대 해석된 측면이 있다”면서 “비핵화 회담이나 남북대화을 통해 남북간의 간극을 좁힐 수 있지만 현재로서 북한의 구체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낙관하기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