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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30일 중국 세관 통계를 인용, 중국의 9월 석유수출량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할 때 약 76.4% 감소하여 전반적인 급감세를 보이기는 했으나 북한에 대한 원유수출은 ‘0’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7월 5일 미사일 발사를 강행, 중국이 원유제공을 끊어 보복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다. 또 2003년 초 중국이 3일간 ‘송유관 청소’를 이유로 원유공급을 중단한 적이 있다는 소문까지 있어 이같은 분석에 힘이 보태지고 있다.
현재 북한은 90% 이상의 원유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북한의 원유정제시설은 함경북도 라진-선봉에 있는 승리화학공장과 평안북도 피현군의 봉화화학공장, 안주시에 있는 남흥청년화학공장 등 세 곳이다. 이중 봉화화학공장은 중국으로부터 원유를 공급받아 정제하는 시설이다.
중국은 헤이룽장성(흑룡강성)의 따칭(대경)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송유관을 통해 북한으로 수출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연간 30만톤-40만톤 정도의 원유를 중국에서 수입해왔다.
원유공급 중단에 기술적 문제 있다
로이터에 의해 공개된 중국세관 통계는 대북 원유수출이 ‘0’이다. 이는 중국이 북한으로 가는 원유를 완전히 막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송유관은 중국의 국경도시 단둥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간다.
송유관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는 원유의 흐름이 멈추면 원유의 종류에 따라 시간 차이는 있지만 대개 파이프 안에 남아있는 원유 잔량이 굳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따칭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혼합기 원유로서 주변 온도에 따라 시간 차이가 있지만 일정시간이 흐르면 굳는다는 것이다.
대한송유관공사 중앙통제실은 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원유 송유관을 막으면 남은 원유는 굳어지게 된다”며 “그것을 방지하려면 송유관에 유입되는 원유의 성분을 바꾸는 방법과 송유관의 온도를 높이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 동북의 따칭유전에서 단둥까지는 1천km 가량의 송유관이 매설돼 있다. 따라서 원유공급을 갑자기 중단할 경우 송유관 안에 있는 원유는 굳어지게 된다. 자칫 잘못하면 1천km 에 달하는 송유관을 몽땅 버릴 수도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원유가 시간에 따라 변화되므로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중국이 대북압박 카드로 원유 수출을 중단한다면 송유관에 남아 있는 원유가 굳지 않는 대책을 미리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원유 공급을 재개할 때 파이프에 남아 굳어버린 원유를 녹이는 대대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또 원유 수입의 90% 이상이 갑자기 중단되면 북한에 엄청난 혼란이 생긴다는 것을 중국은 잘 알고 있다. 변경무역에도 직접적인 교역량을 줄이는 시도를 하지 않는 중국 정부가 예상되는 막대한 송유관 피해와 초강경 조치인 원유 공급을 중단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중국의 식량지원 중단의 후과(後果)는 비교적 천천히 일어나지만 원유 수출 중단은 곧바로 나타난다. 만일 중국이 이런 엄청난 대북압박 카드를 사용했다면 북-중 관계는 이미 동맹관계가 아니라 적대적 관계로 변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중국세관 통계에서 ‘0’은 무슨 의미일까. 아마도 중국 당국이 대북 통계를 정확히 기입하지 않고 누락시켰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유엔 안보리 결의 이후 중국에 대한 미국의 대북압박 요구는 거세지고, 중국의 구체적인 대북압박 정책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압박의 최고 수준인 원유공급 통계수치는 흐려놓으려는 중국 당국의 의도가 아닌가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