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5차 핵실험에 화났겠지만 北 포기하지는 못할 것”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한지 한 달이 넘도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추가 제재가 윤곽조차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공조로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은 더 나아가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도 나온다. 국제사회가 ‘북한 비핵화’라는 공통의 목표는 갖고 있지만, 접근 방식에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북한에 불안정을 초래할 것을 우려, 북한의 민생분야 제재에 대해서는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이 같은 회의론에 무게를 더한다. 일찍이 개성공단 문을 닫은 한국에겐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박할 지렛대가 없는 데다, 미국도 대선을 앞두고 대북정책을 재검토 중인만큼 자칫 대북압박에 주력해야 할 타이밍마저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현대한국연구센터 소장(사진)은 최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각 국가가 유엔 대북 제재에 거는 기대가 모두 다른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를 이끌 하나의 해법을 내놓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북한을 붕괴시킬 것인지, 핵을 동결시킬 것인지, 아니면 완전한 핵포기를 유도할 것인지 국가별로 목표와 수단이 상이하다보니 원하는 결과 역시 쉽게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니시노 교수는 “한국과 중국만 보더라도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의 목적을 다르게 보고 있다. 중국은 민생 교역은 유지한 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자는 것으로 해석하는 반면, 한국은 이 결의로 북한 체제 변화까지 내다보고 있지 않나”라면서 “각 나라가 유엔 제재에 걸고 있는 상이한 기대와 목표, 수단을 조율하지 않으면 제재 실효성마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중국도 한반도 분단체제의 당사자 중 하나이기 때문에 북한 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협조를 바라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중국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전술적 기조는 바꿀 수 있어도 전략적 기조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도 북한 비핵화에는 확고한 입장이나, 이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불안정이 야기되면 압박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니시노 교수는 중국은 북한을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북핵 포기에 협조를 구하려는 시도는 지속해야 하겠지만 너무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그는 “중국 역시 스스로 북한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할 것이다. 바로 옆에서 핵실험을 계속하는데 당연히 화가 났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사라지면 중국으로서는 곤란할 테니 김정은 정권의 북한이라도 잘 관리해보자는 속셈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의 독자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일본과 북한은 원래 경제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제재를 걸어봤자 별 다른 효과는 없을 것이라 본다”면서 “그저 상징적인 차원에서, 국제사회의 대북공조에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독자 제재를 시행하는 것이지, 실제적인 효과는 미비한 수준”이라고 니시노 교수는 지적했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북한 비핵화를 유도할 수단과 방법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근접한 해답은 한국이 보다 능동적인 대북 전략을 구상하는 데 있다는 게 니시노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정권마다 변하는 단기적인 대북정책으로는 수십 년간 일관된 대외 전략을 추진해온 북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니시노 교수는 “어떤 대북정책이 됐든 북한이 무너지면 그 정책은 성공이고, 체제가 유지되면 실패라고 판단하는 건 오산”이라면서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대북정책이 5년마다 바뀐다는 데 있다.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으로는 일관성 있게 대외 정책을 유지해오고 있는 북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년간의 대북정책을 거론하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10년 간 펼친 대북정책이 결과적으로 잘 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주체적으로 뭔가를 해보려는 노력을 했다는 점에선 일정 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라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능동적으로 나가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있어) 국제공조에 지나치게 역점을 둔 측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이 남북관계에 있어 핵심 당사자라는 생각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제까지의 대북정책들에 있어 중간 지점을 찾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현대한국연구센터 소장과의 인터뷰 전문]

– 북한 5차 핵실험이 이뤄진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 등에 있어 뚜렷한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추가 제재 논의가 늦어지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애초에 빨리 나온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1월 4차 핵실험 이후에도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가 나오기까지 두 달이나 걸리지 않았나. 물론 안보리 2270호 결의가 나온 상황에서도 5차 핵실험을 했으니 국제사회가 크게 분노한 상태인 건 맞다. 핵실험 직후 대북 규탄 성명을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을 제재할 수 있는 대부분의 내용은 이미 2270호으로 나왔기 때문에 그 이상 강력한 제재가 나올 수 있을까 싶다.

특히 중국이 유엔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의 추가 제재라 한다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뿐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개성공단마저 문을 닫았는데, 사실상 더 이상 대북 레버리지(지렛대)가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중국이 얼마나 더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해줄지 지켜봐야겠지만 이마저도 (밝은 전망을 하기엔) 쉽지 않은 상태다. 답답한 상황이다.

– 초강경 대북 공조가 논의될 때마다 중국이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5차 핵실험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중국의 대북 기조는 어떤가?

항상 하는 얘기지만, 중국의 대북정책에 있어서 전략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다. 전술적인 변화는 있을 수 있더라도 대북정책 기조가 바뀐다거나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도 물론 북한 비핵화에는 확고한 입장이다. 하지만 비핵화를 위해 한반도에 불안정을 가져오는 것까지는 원치 않아 한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을 계속 압박하면 북한 체제가 불안정해지거나, 혹은 이를 외부 도발로 대응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 중국이 제재에 적극 동참하지 않으려는 모양새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를 미국에 대한 견제 때문이라고 풀이하던데.

과연 미중 관계에 있어서 한반도 문제가 그렇게나 큰 비중을 차지할까? 그렇진 않다고 본다. 중국이 다뤄야 하는 모든 이슈들을 고려하면 한반도 문제는 그저 작은 부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다만 동아시아, 동북아시아 지역에 한정해서 봤을 때 한반도 이슈가 나름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오히려 미중 관계에서는 남중국해 문제가 더 클 것이다.

– 안보리 결의 2270호 예외조항에 따라 민생 목적의 북중 간 교역은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제재에 구멍을 낼 요소가 많다는 건데,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일단 한국과 중국은 안보리 2270호의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결의 2270호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자 도출된 건지 근본적인 부분부터 생각해야 한다. 중국은 2270호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고, 이에 따라 무기 개발과 관련한 물자 왕래는 통제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다만 민생 물품은 제외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은 2270호로 핵·미사일 개발을 막는 데서 더 나아가 북한 체제를 압박하는 것까지 기대하고 있지 않나. 각 나라가 유엔 제재에 걸고 있는 기대가 다른 셈인데, 조율하지 않으면 제재 실효성을 내는 것도 쉽지 않을 거라 본다.

– 한국은 여전히 중국을 대북압박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인 듯하다. 현재 한국의 대중(對中) 외교력이 중국을 대북 지렛대로 견인할 만한 수준인가.

현 정부는 한중관계를 상당히 중요시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이 중국을 대북 지렛대로 삼겠다는 입장을 본인 역시 이해한다. 중국의 동의와 협조 없이 한반도 문제가 쉽게 풀리긴 어렵다. 북한이 무역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중국 역시 한반도 분단 체제의 당사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의 협조를 받고자 하려는 시도는 맞다고 본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중국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기대를 워낙 많이 하다 보니, 그만큼 돌아오는 게 없으면 실망 또한 커지지 않나. 국민들에게도 중국에 대해 너무 큰 기대치를 줬기 때문에 최근 중국에 서운한 마음을 비치는 사람들도 늘어난 게 아닌가 싶다. 이건 전적으로 중국의 속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일어난 결과라고 본다. 중국이 북한을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란 전략적 부분을 간파하지 못한 것이다.

– 보란 듯이 5차 핵실험을 강행했어도 중국은 북한을 포기하지 못할 거란 얘긴가.

중국이 ‘김정은의 북한’을 원하는지는 생각해볼만 하다. 친(親)중국적이고 보다 안정적인 정권이 들어서면 중국도 더 환영하지 않을까. 다만 현재로써 그러한 정권이 북한에 새롭게 들어설 가능성은 요원해보이니, 즉 다른 대안이 없으니 중국도 북한을 버리지는 못하는 것이다. 중국 역시 스스로 북한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할 것이다. 바로 옆에서 핵실험을 계속하는데 당연히 화가 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사라지면 중국으로서는 곤란할 테니 김정은 정권의 북한이라도 잘 관리해보자는 속셈일 것이다.

– 한국과 중국은 지난여름부터 사드(THAAD) 배치를 두고 긴장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일본의 관점에서 현재 한중 사이의 사드 논쟁을 어떻게 평가하나?

전문가의 입장에선 (한국의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일본도 억지력을 구축할 수 있으니까. 억지력 구축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미일동맹 혹은 한미일 동맹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사드가 미일 간에 하고 있는 MD와는 다르므로 같은 억지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방위력을 구축하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중국은 사드 문제를 미중 관계 맥락에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사드 반대를 두고 자칫 대북제재가 느슨해지는 게 아니냐고도 하지만, 그럼 사드 배치를 하지 않으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바뀔까? 한중관계만 놓고 보면 사드 때문에 일정 정도 경색될 수는 있겠지만, 사드 배치를 안 한다고 해서 중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더욱 협조해줄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사드가 있거나 없거나 중국의 대북 기조는 기존 노선과 똑같다. 중국 여론에서는 마치 사드 배치가 중국의 대북 기조에 영향을 줄 것처럼 어떻게 해서든 연계시켜보려 하지만, 말로만 그렇지 큰 연관은 없다고 본다.

– 한국에선 사드 배치 결정에 이어 핵무장 논의도 있다.

여기엔 일본 국민들도 관심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한국에서는 내부적으로 나오는 핵무장 논의가 밖에서는 어떻게 비춰지는지, 어떤 시그널을 누고 있는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진다는 게 곧 미국의 확대억지에 대한 신뢰가 적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아마 미국으로서는 지속적으로 확대억지를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이니 전술핵 재배치니 하는 주장이 나오니 많이 곤란할 것이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위협 인식이 높기 때문에 이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데는 어느 정도 합의가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일본에서조차 혹자는 한국에서의 핵무장론이 미국과의 동맹까지 저버리겠다는 건지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 일본은 북한 도발에 대응해 독자 제재도 내놓고 있다. 일본 독자 제재가 실제 북한 도발을 억지하고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를 줄 것으로 보나?

일본과 북한은 납치문제가 양국 간 주요 현안으로 자리잡은 후에 경제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제재를 걸어봤자 별 다른 효과는 없을 것이라 본다. 그저 상징적인 차원에서, 국제사회의 대북공조에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독자 제재를 시행하는 것이지 실제적인 효과는 미비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제재가 실제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을 두고,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 너무 무관심한 게 아니냐고도 지적하는데 알다시피 일본은 남북관계의 당사자가 아니지 않나. 물론 일본은 한반도의 이웃나라이자 통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특히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안보력을 갖추기 위해서 한국에 적극 협력하고자 한다. 다만 일정 정도 거리를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웃자고 하는 소리이긴 하지만,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 너무 개입을 하면 한국에서는 또 ‘일본이 왜 이렇게 관심을 갖지?’하고 의심부터 하지 않나(웃음).

– 북한의 셈법을 바꾸기 위해 국제사회가 고강도 추가 제재를 논의 중에 있지만, 일각에서는 북한과 핵을 놓고 대화 또는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금의 북한 문제에 있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이라 보나?

단 하나의 해법이 과연 있을까. 앞서 유엔 제재를 이야기할 때도 말했지만, 대북정책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해법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북한을 붕괴시킬 것인지, 핵개발을 막겠다면 핵을 동결시킬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포기시킬 것인지… 정확한 목표가 없으면 수단이 나오지 않는다. 현재 대북정책에 대한 각 나라의 목표가 다 다르기 때문에 해법이라 하는 것도 사실상 모두 다르고, 그에 따라 원하는 결과 역시 쉽게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일단 국제사회의 합의가 이뤄진 부분은 ‘북한 비핵화’다. 나머지 부분에선 이렇다 할 합의가 없다. 특히 국제사회가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할지언정, 정작 북한은 ‘전 세계가 핵을 다 버리기 전엔 우리도 핵을 포기 못한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북한의 비핵화로 가는 길은 어떤 순서에 따라야 할까. 여기에서도 사실상 국제사회의 합의가 없다. 각 국가별로 대북 인식과 정책에 있어 일치를 도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제재와 관련해 현재 북한 체제의 안정성도 묻고 싶다. 고위 외교관이 망명한다거나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김정은에 대한 불만도 확산되고 있다는 제보도 많은데, 북한 체제의 안정성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나?

일단 김정은이 공포정치를 지속한다는 것 자체가 진정한 의미로 안정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북한 정권이 얼마 못 가 바로 무너질 정도의 상태이냐고 묻는다면, 글쎄, 무너질 체제였다면 5년이나 건재하게 지속될까. 심지어 북한은 김일성 사망 후의 식량난, 그리고 김정일 사망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다시 살아났다. 그 시기까지 이겨내고 어쨌든 핵실험을 다섯 번이나 할 수 있는 나라로 유지되고 있다. 금방 무너질 것 같은 나라가 계속 미사일을 쏘거나 핵실험을 하기는 어렵다. 특히 김정은이 36년 만에 당(黨) 대회를 열고 연달아 최고인민회의까지 개최했다는 걸 보면, 나름대로 체제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 한국에서는 이제 북한의 체제 변화를 염두에 둔 대북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알고 있다. 다만 어떤 대북정책이 됐든 북한이 무너지면 그 정책이 성공이고, 체제가 유지되면 실패라고 판단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에서 5년마다 대북 정책이 바뀐다는 데 있다. 우리가 상대하는 북한은 몇 십 년 간 일관성 있게 대외 정책을 유지해오고 있는데, 그만큼의 강한 의지와 일관성 없이 대북정책을 마련해서는 과연 북한에 제대로 대처할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덧붙이자면 한국이 남북관계에 있어 핵심 당사자라는 생각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10년간 펼친 대북정책이 결과적으로 잘 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주체적으로 뭔가를 해보려던 노력을 했다는 점에선 일정 정도 좋게 평가할 수도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능동적으로 나가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국제공조와 국제협조, 구체적으로는 한미동맹에 더 역점을 뒀다는 데 차이가 있다. 국제공조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국이 북한 변화에 있어 주체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잃어서는 안 된다. 이제까지의 대북정책들에 있어 중간 지점을 찾는 게 중요해 보인다.

– 미국에서도 곧 오바마 정부의 임기가 끝난다. 새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여러 가지 대북 전략 시나리오가 요구되고 있는데, 어떤 방향으로 나가는 게 옳을까.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북한 비핵화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명백히 실패했다고 본다. 간단히만 보더라도, 오바마 임기 8년 동안 북한은 핵실험을 네 번이나 했다. 오바마 정부를 돌이켜보면, 성과를 낼 수 없는 부분에서는 아예 아무것도 안 하는 모양새였다. 말로는 인내와 압박을 병행해 북한이 손을 들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그것 역시 ‘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하겠다는 것이었다. 북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끼쳐야 하는 부분은 전부 중국에게 넘기지 않았나. 중국도 답답했을 수 있다. ‘북한은 우리가 아닌 당신네 미국과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고 이야기해도, 미국은 또 ‘아니다, 우리가 이야기해도 북한은 듣지도 않는다’고 응수해오지 않았나.

이런 상황에서 내년 1월 출범하는 새 행정부가 뭘 해야 하느냐고? 글쎄, 현재로서는 답이 없다. 굳이 원론적인 이야기나마 하자면, 우선 북한이 핵을 쏘지 못하게 포괄적인 억지력을 더욱 강화해야지. 북한이 공격한다한들 이를 바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걸 강하게 보여줘야 한다. 더 나아가 핵을 더 이상 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게 유엔 제재의 역할이기도 한데, 우리가 이미 목격했다시피 핵실험을 다섯 번이나 한 북한에게 큰 효과는 없을 것이다. 다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니 할 수 있는 한 강도 높게 제재하려는 인내심이 필요하겠다. 마지막으로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줄이도록 하는 것인데, 이는 제재를 넘어 대화와 협상에 이르는 단계이기도 하다. 엄격하게 말하면 앞서 말 한 세 가지 스테이지가 한 번에 이뤄져야 하겠지만. 가장 좋은 해법은 핵을 갖기 전에 막는 것이었겠지만, 실패했으니 할 수 있는 한 다 해봐야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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