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반도 전략’ 꿰뚫어야 천안함 해법 보인다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닷새 만에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철저히 ‘국익’ 중심의 대외행보를 여실히 보여줬다. 한국과는 경제협력 중심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조했고, 수교 61주년을 맞은 북한과는 전통적 ‘혈맹’관계를 과시했다. 


한국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은 FTA 협정 체결 등 상호 경제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경제적 지원을 통해 북한의 안정적 관리에 치중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즉 한국과는 경제적 실리를 얻고 북한과는 대북 영향력을 확대해 한반도를 관리하겠다는 중국식 ‘투 트랙’ 전략을 보인 셈이다. 외교가에서도 천안함과 관련한 중국의 태도에서 ‘대남-경제실리’, ‘대북-안정관리’라는 대외전략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중국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한국의 과학적이며, 객관적 조사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김정일 방중 기간에 ‘북한 소행’이라는 한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 추측 보도라고 일축해 북한을 두둔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천암한 사건 원인규명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을 때 중국도 북한을 자극해 불안정을 가속화 시킬 이유가 없다고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대(對)북한 영향력 유지와 한반도 안정관리 차원에서 북한을 두둔할 유인이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별도로 중국은 김정일 방중과 관련해 한국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중관계 악화를 사전에 수습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천안함 사건 원인규명 와중에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해 환대를 받으며 정상회담을 갖자, 정부는 외교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다 김정일이 일정을 마치고 북한에 돌아가는 시점인 7일 류우익 주중 대사를 불러 김정일의 방중 결과를 이례적으로 공식 브리핑했다.


중국은 당시 브리핑 이유에 대해 “한중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이라며 한중 관계 악화를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을 두둔하면서 한편으론 한국을 배려하면서 남북한 양국과의 ‘외교적 실리’를 모두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특히 “지금까지 우리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왔고, 앞으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대목은 천안함 관련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국 내 ‘중국이 북한에 경도(傾倒)되고 있다’는 비판을 해소시키기 위한 포석으로도 읽혀진다.


이처럼 한-중,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의 ‘한반도 전략’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대중 외교정책을 새롭게 구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대중 영향력을 높여내지 못하면 막대한 ‘대북 영향력’을 가진 중국의 태도변화를 이끌 수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중국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신(新)대중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문한다. 특히 천암함 사건이 북한과의 연관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대중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대중국 압박이 효과적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 한미는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으며 향후 대응에 있어서도 이미 일정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한미가 북한을 압박하는 카드를 통해 중국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한미의 군사적 협력 강화를 통한 대북 압박이 곧 중국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전문가는 “이번 방중을 통해서 천안함 관련 중국 정부의 협조를 얻어내기 더욱 어려워진 부분이 있다”면서 “한국이 대중 영향력을 높여내는 방법은 현재로서 미국과의 동맹을 통한 것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방중이 북-중 혈맹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지만 중국 지도자들의 북한에 대한 ‘뼈 있는 말’은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이번 김정일 방중에서 후진타오 주석은 그동안의 금기를 깨고 ‘북한 내정과 외교상의 문제 등에 대해 사전 의사소통을 하자’고 제안했으며,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의 개혁개방 건설의 경험을 소개하고 싶다’며 충고에 가까운 말을 건넸다. ‘개혁개방’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싫어하는 김정일에 이같은 충고를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석에 따라 두 지도자의 말은 ‘북한이 체제위기에 직면한 만큼 내부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겠으며, 이런 북한의 체제 위기는 개혁개방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노정돼온 북한의 행태를 봤을 때 북-중 우호적인 관계로만으로 북한을 관리 할 수 없다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가 20일쯤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의 대중 ‘설득외교’가 최대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좋게는 ‘투 트랙’, 나쁘게는 ‘양다리’로 표현할 수 있는 중국의 한반도 전략을 정확히 꿰뚫는 냉철한 시각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