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탈북자 정책에 ‘인도적 처리’ 사라지나

중국 정부가 외교공관을 통한 탈북자 보호 및 지원을 차단시키려는 의도를 노골화 하면서 한국과 일본 등 관련국들이 외교적 수모까지 당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탈북자들에게 옮겨가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중국 선양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한 탈북자 5명의 본국 송환을 위해 중국 내 일본 공관으로 탈출하는 북한인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중국 측에 문서로 약속한 것으로 밝혀졌다. 향후 중국 내에서 일본의 탈북자 보호 노력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의 압박을 수용해 탈북자 지원을 포기한 굴욕문서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외교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인도적 견지에서 제3국 추방 절차를 밟았다. 중국 정부가 탈북자 송환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국제사회와의 마찰을 의식해 외교공관의 비호권을 인정하는 일종의 타협책이었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2, 3년 전부터 외교공관에 있는 탈북자의 본국 송환 시기를 계속 미루면서 비호권 포기를 압박해왔다.


중국 정부는 향후 불법적으로 중국 국경에 들어온 북한 사람들은 중국의 법률을 위반했기 때문에 중국이 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을 다른 재외공관에도 일괄적으로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머지않아 중국 내에서 탈북자들의 안전지대는 어떤 형태로든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NK 보도를 통해 지난 9월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 20명도 북송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탈북자 체포 이후 국내 언론의 비상한 관심 속에 우리 정부는 외교부 대책반을 중국에 파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당시 중국에 파견된 대책반 관계자는 중국측과 협의 후 “중국이 ‘국제법과 국내법, 인도주의적 견지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탈북자들의 북송 입장을 우리 쪽에 전달해 온 바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외교부는 탈북자들이 이미 북송돼 처벌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도 ‘중국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는 모르쇠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탈북자 처리 정책이 갈수록 강화되는 것은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의 외교 정책 때문이다. 또한 장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대규모 탈북사태에 대한 불안심리가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 북한 체제 붕괴를 꺼리는 중국 정부에게 과거 동독 붕괴 당시 헝가리와 같은 역할을 주문하기는 어렵다.


중국 내 탈북자 문제는 하루 이틀 사이 해결될 수 없지만 끊임없는 외교적 설득 노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탈북자 문제에 대한 대중 접근은 말 그대로 전략적이어야 한다. 지레 포기하고 물러선다면 그나마 열려 있던 외교적 교섭 루트마저 완전히 막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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