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탈북여성 정책 유연화 배경과 전망

중국이 조용하게 탈북자 정책을 변화시키고 있다.

현재까지는 일부 내륙 지방정부 차원이지만, 중국 남성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고 있는 장기 체류 탈북 여성에게 거주증을 발급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탈북자를 ‘불법 체류자’로 규정해 ‘적발 후 송환’이라는 엄격한 법적 잣대만 적용해 왔다면, 중국 사회속에 녹아들고 있는 탈북자의 현실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중국 사회가 ‘중앙집권제’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방정부의 이러한 조치에 중앙정부의 승인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시범시행’의 결과에 따라 앞으로 중국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이처럼 탈북자 정책의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우선 탈북자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와 따가운 여론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와 의회 및 민간단체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북한 인권문제의 핵심에 탈북자가 자리잡고 있고, 특히 탈북자 단속과 강제송환 정책때문에 중국의 인권문제까지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에 중국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보혁 코리아연구원 연구위원은 “탈북자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에 중국이 부담을 느끼면서 이러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한 것 같다”며 “경제발전에 따라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중국 정부도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반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국제사회 인권단체들은 중국이 내년 베이징 올림픽의 주최국으로서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통한 국가위상 제고에 목매달고 있는 것을 이용해,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운동을 벌이겠다고 위협하고 있고, 올림픽 기간 중국의 인권정책을 규탄하는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이 내륙지방에서 중국 남성과 결혼한 탈북 여성의 중국 거주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첫 변화를 꾀한 것은, 중국 사회 내부의 필요성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내륙지역은 여성 부족 현상이 심각해 결혼 상대를 구하지 못한 남성이 사회 문제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를 무조건 송환하기보다는 여성 탈북자들의 중국 거주를 허용함으로써 탈북자들을 중국화하고 내륙지역의 여성 부족문제를 완화해보겠다는 속내가 담겼다는 것이다.

중국내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하는 인사들 사이에선, 탈북의 역사가 오래되면서 중국 남성과 결혼한 탈북 여성이 낳은 아이들의 교육, 이들 아이의 어머니가 적발돼 강제송환될 경우 가정해체 등이 지역에 따라선 이미 중국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 2005년부터 제기돼 왔다.

이들 인사는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일거에 모든 탈북자에게 난민 인정을 할 수 없다면, 우선 아이를 둔 탈북 여성에 대해서만이라도 임시 영주권 등을 발급해 ‘불법 체류자’ 꼬리표를 떼주는 점진적 정책을 채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절충안을 내놓기도 했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자칫 탈북 여성에 대한 인신매매를 부채질해 중국 내륙지역으로 팔려가는 것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내 탈북자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작년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도 총 2천19명가운데 여성이 1천533명으로 76%를 차지했다.

정부 당국자는 “아직은 중국 정부의 정책이 중국 남성과 결혼한 탈북 여성을 대상으로 변화하는 단계여서, 모든 탈북자의 체류 인정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그러나 이런 조치로 북한으로 강제송환돼 처벌받는 탈북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난.이민위원회(USCRI)는 작년에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송환된 탈북자를 1천800명 가량으로 추산했다. 이는 2005년을 비롯해 최근 수년간 강제송환 탈북자가 매년 5천명 정도로 추산된 것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다.

중국 정부가 탈북 여성을 중심으로 중국 거주를 인정하기 시작하는 데 대해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탈북자 문제를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북한 정부가 중국에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지만, 일각에선 북한이 현실을 인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북한은 강제송환된 탈북자가운데 중국에서 선교사와 접촉 등 북한 체제에 위협이 될 소지가 있는 탈북자는 엄벌하지만, 생계형 탈북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내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에게 여러가지 방법으로 보내는 달러화나 중국 위안화 송금액이 상당한 액수여서 북한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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