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절벽서 北 밀고 유유히 탈출할 것”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한 열차를 타고 있다. 그 열차를 조종하는 기관사는 중국이다. 그는 우리(북한)와 남조선(남한), 그리고 일본과 미국이라는 열차 방통(객차)을 절벽 아래로 굴려버리고 유유히 탈출할 것이다.”

중국 창춘(長春)의 모처에서 만난 최혁철 씨는 북한 지식인 계층이 생각하는 중국을 이렇게 표현했다.

개인사업차 창춘에 머물고 있는 최 씨는 20년 가까이 북한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한 교원이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종합대학 교수 직위에 해당한다.

그가 전하는 북한 지식인계층의 반중(反中) 감정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최 씨는 스스로 김정일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인식은 대부분 자신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전쟁에서 북한정권을 위해 피를 흘리며 함께 싸운 혈맹이자, 지금도 북한체제 유지의 근간을 제공하고 있는 생명줄이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자 북한은 고립을 피하기 위해 중국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내세우며 관계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최 씨는 “승냥이(미국)보다 더 악랄한 놈이 바로 떼놈들(중국)”이라며 험한 표현을 주저하지 않았다.

최 씨는 “지금 우리 사람들은 ‘한평생 미국을 피하려고 죽기살기로 버텼는데, 결국 중국의 노예살이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더 많다”고 토로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압박을 중국이 막아주고 있지 않나?”라는 질문에 최씨는 “그것은 중국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로부터 출발한 것이지 우리를 지켜주려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비단 나의 생각만이 아니다”라는 말로 북한 지식인들 속에서 김정일의 핵시나리오와 중국의 역할론에 대해 상당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위(김정일)에서도 이미 중국의 전략을 간파하고 이를 탈출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들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북한 엘리트들이 우려하는 가상시나리오

최 씨는 “핵실험 이후 대학생들과 지식인들 속에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바짝 높아지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우리(북한)는 중국 때문에 망할 것’이 라는 판단들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의 핵보유와 관련한 중국의 전략은 ‘김정일 정권을 통해 미국을 누르고 세계지도자로서의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우리 공화국의 모험주의와 자폭주의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씨는 “중국은 겉으로는 우리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가장하고 있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우리가 핵무기와 미사일을 늘리도록 조종한다”며 “한쪽으로는 한반도 위기를 가증시켜 북조선(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와 미사일을 더 많이 보유하도록 유도하면서 다른 쪽으로는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지 않도록 숨통을 틔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최 씨는 “북조선이 미국과 일본, 남한을 충분히 타격할 능력을 갖추게 되면 중국은 서서히 우리(북한)를 고사시킬 것이며 그 책임을 미국과 남조선(남한), 일본에 전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후의 상황에서 김정일은 남한과 일본, 미국을 향해 모든 핵무기들을 날려버릴 것이다. 미국 또한 그에 대한 보복으로 북조선을 핵으로 초토화 시킬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남는 것은 중국뿐일 것이다”고 최씨는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설사 북조선의 핵을 막아냈다 해도 핵전쟁에 대한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아시아에서 동맹국들을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며 “중국은 아시아에서 남조선과 일본이라는 경쟁자를 북조선의 핵으로 제거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자가 매우 감정적이고 일방적인 시나리오라고 대답하자 최 씨는 북한 엘리트들 속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이러한 정세 인식에 대해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서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는 도를 지나 식민지적 예속에 가깝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북한 엘리트층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분명 중국에도 이롭지 못한 핵실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북지원은 최근 들어 더욱 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도 유엔제재에 동참했고 북한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냐?”는 질문에 “그것은 ‘눈감고 야웅’하는 흉내에 불과”하다면서 “중국과의 무역, 특히 사사여행(개별적 친척방문)으로 위장된 무역형식이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북한의 지식인층들은 “중국의 세계지배전략의 한 부분”으로 인식, “앞으로 우리나라(북한)가 미국이 아닌, 중국 때문에 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다.

◆ 엘리트층들은 김정은 체제 절대 지지하지 않아

한편 최씨는 북한 엘리트층들이 김정은(운) 후계체제에 대해 강한 반감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핵을 만들었다고 자랑을 하지만 핵무기는 있으나 마나”라고 하면서 “우리가 미국에 대고 핵을 써도 살아남는다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결국 우리는 더 비참하게 죽게 될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지식인들은 핵보유 문제에 대해 매우 신중하다”면서 “‘핵이 결코 우리를 구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씨는 “지금의 정세를 보면서 지식인들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게 되겠는지를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며 “국가에서는 지식인들에 대해 ‘정신 차릴 틈을 주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지시문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 노동당 중앙위는 ‘지식인들과 대학생들에 대한 교양사업을 강화할 데 대하여’를 내리고 여기에서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이 불건전한 사상요소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집중적인 사상공세를 벌려야 한다”고 지적, “특히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야 할 청년대학생들이 사상적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주체의 모기장을 튼튼히 쳐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후계추대와 관련 최 씨는 “지난 6월 20일 각 대학들마다 ‘영명한 김정은 청년대장의 조국애를 본받자!’라는 특별강연들을 하였다”면서 “이미 소문으로 다 알고 있던 사실들을 공개했을 따름”이라며 특별한 충격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한 말로 김정은의 후계자 추대를 지지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면서 “국가가 아무리 선전을 해도 ‘3대나 세습해서 나라를 통치한다는게 말이되냐? 아무리 우매한 백성이라고 이를 지지할 사람이 어디있겠냐?”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김정은의 후계문제에 대해 제일 의견이 많은 사람들이 지식인들과 대학생들일 것”이라면서 “그래서 국가도 지식인들과 대학생들에 대해 특별히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떻게 아버지에서 손자 대까지 대대손손 나라를 통치할 수 있느냐?, 이것은 완전한 봉건공화국이 아니냐?”며 “이제 김정은이 새 지도자가 되고 그 다음은 또 그의 아들이 나라를 통치하고, 이런 봉건체제를 만든다는 것은 해도 너무한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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