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문가가 본 北의 변화 배경

북한이 최근 투자유치를 통한 경제 재건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중국의 북한문제 전문가인 장롄구이(張璉괴<王+鬼>)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이의 밑바탕에는 선군정치를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있을 뿐, 일각에서 기대하는 중국식 개혁개방 노선으로 가겠다는 의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중국의 대표적 대북 강경론자이지만 중국 공산당의 최고교육기관인 중앙당교 교수란 점에서 이 같은 관점은 중국 지도부의 생각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장롄구이 교수는 중국 잡지 재경(財經) 최신호에 기고한 글에서 라진항의 대(對)중 개방과 조선대풍그룹, 국가개발은행 출범 등 북한에서 일어나는 최근 움직임은 모두가 선군정치를 강화하려는 포석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경제프로젝트의 배후에는 정치적 의도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북한이 외자 유치에 공을 들이는 것은 지난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후 유엔 제재가 시행되면서 외화가 고갈돼 선군정치에 필요한 자금과 물자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과의 금강산 관광, 경협사업이 중단되고 일본 조총련계로부터의 자금조달도 막힌 데다 마지막 보루인 무기수출은 유엔 제재 이후 줄줄이 막혀 수출액이 예년의 10%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북한 국방위원회가 직접 나서 투자유치를 통한 외화 확보에 나서게 됐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외자 유치를 주도하는 조선대풍그룹은 국방위원회에 소속돼 내각과는 별개로 움직이며 북한 헌법 규정상 국방위원회는 선군혁명노선을 관철하기 위한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제정하고 모든 무장역량과 국방건설 사업을 지도하는 기관으로 국민 경제발전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북한이 라진과 선봉을 합쳐 라선특별시로 승격하고 개방을 추진하는 것도 선군정치의 연장선상에서 보고 있다.

라선시를 쿠릴 열도와 시베리아 등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에너지 물류기지로 개발, 선군정치에 필요한 에너지를 장기적으로 공급받으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라선시를 승격시켜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 기착지로 활용하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 송유관에 의지하는 현재의 석유 공급원을 다양화하고 안정적인 루트를 확보하는 동시에 임대료로 에너지 가격을 대체할 수 있다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장 교수는 이같은 관점에서 몇 년전 계획단계에서 흐지부지된 러시아와 북한을 통해 한국까지 송유관을 놓는 프로젝트에 대한 북한의 기존 반대입장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유엔개발계획(UNDP)의 두만강 개발계획에서 갑자기 탈퇴한 것도 라진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중국의 바닷길을 자국의 통제하에 있는 라진항으로 제한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선군정치 강화 의도와도 맞닿아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장 교수는 라진항 개방과 국가개발은행 출범, 투자유치 등 최근 북한의 새로운 움직임에는 일각에서 기대하는 개혁개방의 의지는 담겨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북한의 최근 움직임을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나아가려는 조짐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북한이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는 것은 제재를 무력화해 국방위원회가 필요한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을 포함한 선군정치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