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反)파시즘 승리 70주년(이하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20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9월3일 목요일 베이징에서 개최될 예정인 항일전쟁 승리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내달 2~4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다만 주 수석은 박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 일환으로 열리는 열병식에 참석할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지만 한중관계 발전과 북한문제 등을 고려한 국익 차원에서 방중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방중을 통해 대북 레버리지(지렛대)를 갖고 있는 중국에 북한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는 요청을 적극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질적인 대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 시진핑과의 만남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 공조를 천명하면, 북한 김정은 정권에 핵포기 압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북중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한중 관계 강화가 이러한 핵포기 압력을 한층 강화시켜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태환 중국연구센터장은 2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우리에게 북한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나 아직까지 중국에게 북한은 그저 여러 문제 중 하나일 수 있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북한에 대한 중국의 관심 수준을 우리만큼 끌어올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이 센터장은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으로 북한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는 없지만 중국에게 북한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분명히 이해시키고, 향후 중국이 우리와 같은 입장에서 북한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놓는 계기는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북한문제에 있어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만을 무조건 기다리지 말고, 서로의 국익을 고려하면서 한중 양국 간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중국 역시 일대일로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광규 고려대 교수도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한중이 가깝게 지낸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면서 “이번 방중으로 북한이 느끼는 외교적 고립감은 더욱 심해질 것이고, 북중 관계에도 냉랭한 기운이 더 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남 교수는 “북한의 도발을 제어하는 데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면서 “한중 관계를 긴밀히 만들어둬야 향후 북한 문제를 다룰 때도 중국의 협력을 보다 쉽게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 결정은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면서도 “하지만 중국을 우리편으로 만들고 북한을 압박하게 할 우리의 외교전략이 있는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