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중 국경지역에서 활동하던 선교사들이 잇달아 중국 공안에 체포 혹은 추방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1월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에서 한국 선교사 32명이 추방된 데 이어, 지난달엔 한국계 미국인 목사 4명과 선교사 2명이 각각 옌지와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체포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15일 “2월 18일, 19일 중국에서 체포된 선교사 2명은 현재 랴오닝(遼寧)성 간수소(교도소)에 구금돼 조사받고 있다”면서 “주선양총영사관에서는 (구금된) 우리 국민에 대해 영사 접견을 실시하고 변호사 선임 안내, 중국 공안 측에 인도주의적 처분 요청 등 구체적 영사 조력을 실시했다. 향후 지속적으로 영사 조력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연이은 선교사 추방 조치와 관련, 중국 현지에선 “종교법 강화 영향”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중국 공산당이 최근 체제 안정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자칫 외부 선교사들에 의한 포교가 체제 결속을 방해할 것을 우려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현지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에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은 종교법을 엄격히 집행해 체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구 가치가 반영된 기독교가 특히 통제를 받는 상황”이라면서 “이에 자유민주주의나 인권 등의 요소를 더해 포교하는 선교사들이 공안(公安)들의 주 타깃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외국 선교사들의 포교 활동은 주로 북중 접경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어서, 공안이 옌지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포교와 더불어 탈북민 구호 사업까지 해오던 선교사들로서는 공안의 추적에 활동 폭이 좁아진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외국서 유입된 종교 영향을 배제한 채, 독자적인 종교 개방 정책을 취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을 보내는 등 바티칸과의 수교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다만 수교를 하더라도 공산당 체제가 기독교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일찍이 내부 종교 활동 재정비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소식통은 “중국이 종교 개방을 확장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외부 선교사들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려 하는 것 같다”면서 “그간 중국 내 기독교 포교에 있어 외국 선교사들이 아주 많은 영향을 행사했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상징적으로나마 외국 선교사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면서 종교 개방 정책을 다듬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반발 성격이라 단정 짓긴 어렵다는 게 현지 선교단체 관계자들의 대체적 반응이다. 중국 당국의 본격적인 ‘종교 검열’ 분위기가 감지된 건 꽤 오래된 일이나, 최근 들어 이를 체포나 추방으로 노골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현지에서 오랫동안 중국 당국의 종교 제한을 직접 체감했던 입장에선, 이번 조치가 사드 반발 차원에서 일어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면서 “종교에 대한 중국 당국의 태도 변화를 감지해오긴 했었는데, 그런 변화가 잠재돼 있다가 최근 추방이나 체포로 폭발한 셈”이라고 말했다.
‘탈북민 단속’ 의도라는 분석에 대해선 “공안이 북중 접경 지역을 중점적으로 수색한 걸 보면, 이 지역 선교사들을 추방할 시 탈북민 차단 효과도 있을 것이라 판단했을 수는 있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다만 그는 “선교사들 중 탈북민에게 쉼터나 식사를 제공하는 일을 했던 경우도 있지만, 탈북 브로커 역할을 했다거나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을 했던 경우는 드물다”면서 “실제 최근 추방됐거나 체포된 종교인들 중 상당수는 오히려 탈북민과 무관한 포교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라고 부연했다.
◆ ‘시진핑 독재’ 추세 中, ‘허울뿐인’ 종교 자유 드러내나
한편 외국 선교사들에 대한 추방·체포 조치로 중국 종교 개방 정책이 허울뿐이라는 게 재확인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G2를 자처하는 중국이 되레 ‘시진핑 1인 독재’로 회귀하면서 세계화 기조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일찍이 공산당 독재를 거치며 종교 탄압을 강화해온 중국은 1982년 ‘우리나라 사회주의 시기의 종교문제에 관한 기본관점 및 정책’을 펴내며 ‘종교 개방’이란 전환적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19호 문서’로 불리는 이 정책안에 따르면, 중국은 종교·신앙의 자유를 인정하더라도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면 점차 종교의 존재 이유가 소멸될 것으로 봤다. 공산당 체제 하에서 종교 활동 범위를 관리·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이후 불법 활동이나 반혁명 활동을 금하되 정상적 종교 활동은 보장키로 했다.
하지만 중국의 개혁개방과 맞물린 종교 자유 정책은 중국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1990년대를 기점으로 외국인들의 중국 내 투자가 확대됐는데, 이 기회를 틈타 수많은 선교 단체가 중국 신도들을 지원하고 포교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중국 공산당은 외국 선교사들의 종교 활동을 ‘반혁명 활동’ 혐의로 통제하며 대응해왔고, 최근 시진핑 1인 독재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통제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중국서 10여 년간 포교 활동을 했던 한 선교사는 “중국 신도들은 공산당이 종교 활동을 허가해도 크게 반기지 않았다. ‘무신론’을 주창하는 공산당이 종교 자유를 줘봤자 얼마나 줬겠나”라면서 “되레 중국 신도들은 외국에서 들어온 종교 활동을 환영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할수록, 외국의 종교 영향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G2로서 세계화에 기여해야 할 중국이 되레 수구적인 모습으로 회귀하고 있다. 전 세계에 종교 자유의 바람이 퍼지고 있는데, 중국만 공안을 앞세워 통제에 나서는 게 안타까울 뿐”면서 “애꿎은 한국 선교사들이 쫓기는 신세가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