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시에 숨어사는 탈북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7월 19일로 예정된 2008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를 앞두고 대대적인 호구조사와 단속이 진행되고 있어 탈북자들이 난데없이 ‘봉변’을 당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호구조사와 단속이 특별히 탈북자를 노리고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화 봉송을 앞두고 치안 문제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옌지시가 가정집을 일일이 돌며 꼼꼼하게 신분증 검사와 가족관계 등을 조사하고 있어 탈북자들의 은신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4월 1개월짜리 통행증을 발급받아 옌지에 온 김 모 씨는 ‘데일리엔케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나와 함께 1개월짜리 통행증을 발급받아 나온 사람이 모두 100여명인데, 그 중 일부는 날짜에 맞춰 들어갔지만 대부분은 지금까지 중국에 머물고 있다”며 “실제로 이번 단속에 걸려서 잡혀나간 사람을 여러 명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친척의 도움으로 호구조사를 운 좋게 피했지만, 요즘처럼 공안들의 단속에 불안해보기는 처음”이라며 “통행증 연장은 이미 힘들어졌고, 기회를 봐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인데 모아놓은 돈이 없어 그것도 힘들다”며 막막해했다.
옌지시 티에난(鐵南) 지역에 거주하는 탈북자 최 모 씨는 “호구조사를 하는 공안(公安,경찰)들과 마주칠 경우 피해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보통은 누가 문을 두드리면 집에 사람이 없는 척하고 기다리면 되는데, 이번에는 아침에 없으면 밤중에, 아니면 다음날 아침 일찍 또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 사람이 없으면 공안들이 옆집 사람에게 ‘이 집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가?’라고 물어볼 정도로 꼼꼼하게 조사를 한다”며 “아무래도 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 시골로 잠시 피해있어야 할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그러나 사정은 시골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국경 지역의 시골 마을은 기본적인 호구조사와 더불어 밀수와 마약 단속까지 함께 진행되고 있어 단속의 강도가 더 심하다.
옌볜자치주 룽징(龍井)시에서 몇 년째 거주하며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 선교사는 기자를 만나 “중국이 올림픽을 앞두고 국경 연선에 대한 경비를 더욱 강화했다”며 “밀수와 마약 거래 등이 가장 큰 단속 대상이지만, 그 과정에서 ‘재수 없이’ 걸리는 탈북자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얼마 전 룽징시 시장과 인근 골목에 갑자기 공안들이 들이닥쳐 통로를 차단하고 일제히 검문검색을 벌였다”며, “그 단속이 꼭 탈북자를 잡기 위해서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단속 상황이 계속되면 탈북자들의 피해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번 한국에서 일(성화 봉송 저지 시위)때문인지 몰라도, 옌지에서의 성화 봉송에 당국이 극도로 신중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는 이런 형태의 단속이 계속될 것이고, 탈북자들의 불가피한 피해도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