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북한에서 `블루오션’ 발견했나

중국의 북한 투자가 전방위 태세를 보이면서 동북아 정세 변화가 심상찮다.

중국이 미국의 기대대로 북한을 포기하지 않은채 과거의 소극적인 협력자세에서 벗어나 오히려 맹렬하게 압록강을 넘어 진군하는 듯한 투자 발걸음을 지켜보면 중국이 뭔가를 단단히 준비한 것 같은 모양새다.

항상 장기적 전략 목표를 설정한 다음 전방위에 걸쳐 움직이는 중국의 정책 특성상 중국은 북한과 대(對) 미국, 한국, 일본을 겨냥한 다목적 포석 아래 북한 경제의 재건이라는 큰틀에 합의한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이런 정치적 판단 외에도 세계 제4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풍부한 지하자원, 숙련된 인적자원 등을 보유했음에도 서방의 경제제재속에 주변국들이 버려뒀던 북한에게서 ‘블루오션’을 발견했을 가능성이 높다.

◇ 폭발적인 북중 교류 =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식량 및 석유 원조를 통해 최소한의 협력 수위를 유지해왔던 양국간 교역은 2년전부터 바쁘게 양측 지도자들이 오가더니 급팽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4년 4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에 이어 2005년 3월 박봉주 북한 총리가 중국에서 ‘투자장려.보호 협정’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방북(2005년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순(南巡) 방중(2006년 1월), 장성택 노동당 제1부부장의 방중(2006년 3월)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북-중 무역액은 지난 2004년 전년대비 무려 35.4% 증가한 13억8천521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엔 14.8% 증가한 15억8천34만달러로 계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공개자료를 통해 본 중국의 대북 투자액도 2003년 130만달러에서 2004년 8천850만달러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말 중국이 북한에 20억달러 규모의 장기원조를 계획중이라는 홍콩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설도 나온다.

한국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 당시 당시 북한에 비밀리에 5억달러를 제공하고서 나중에 대북송금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것에 비하면 중국의 가파른 대북 투자 행보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후 주석은 지난해 10월 북한을 방문, 김 위원장에게 북.중 관계가 새로운 시대(新時期), 새로운 형세(新形勢), 새로운 수준(新水平)의 3신(三新) 국면을 맞고 있다며 전면적인 상호 경제무역 협력안을 제시했다.

◇ 쏟아지는 투자 열기 = 중국의 대북투자의 대표적인 상징물은 먼저 대안친선유리공장이 꼽힌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2천400만달러를 투자해 완공한 뒤 무상으로 건네준 대안유리공장은 북한의 극심한 난방난을 해소해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체감하는 대중국 우호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중국 톈진(天津) 디지털무역이 비슷한 시기에 투자한 뒤 20년동안 중국과 공동 관리키로 한 평양자전거합영공장도 북한 주민들에게 긴요한 물품인 자전거를 투자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주민 친화적인 투자자세를 엿볼 수 있다.

주민 생활과 직결된 유통 분야에도 중국은 적극적이다. 지난해 중쉬(中旭)그룹은 북한정부와 평양제일백화점을 10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선양(瀋陽)시 무역촉진회는 북한의 대성상점과 합작, 중국상품 전용백화점인 대성상점을 평양에 개설했다.

북한 철도성이 단둥 중철국제연운 등 중국 철도기업에게 북한의 모든 철도를 개방하고 이들 중국 기업과 새로 합작회사를 설립, 장기적으로 1천대의 열차 차량을 구매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중국 원저우(溫州)의 러칭(樂淸) 쾌속서비스는 재작년 7억위안을 투자, 북한 여객, 화물, 해운 운수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 개발구 중심의 인프라 지원 = 지난 2002년 신의주특구 행정장관에 임명된 양빈(楊斌)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을 구속하면서까지 북한의 경제특구 개발에 마뜩찮아 하던 중국이 최근 접경지역의 특구 개발에 본격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중국의 최근 북한 경제재건을 위한 인프라 투자는 압록강변의 신의주-단둥(丹東)과 두만강 유역의 나진-훈춘 연계 개발에 집중돼 있다.

중국은 50년동안 개발.사용권을 갖는 조건으로 나진의 항만, 공단 건설에 참여하면서 훈춘과 나진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에 착수, 내륙인 지린, 헤이룽장 공업지대의 해상 수출로를 마련했다.

나진-원산까지 이어지는 동해 경제축은 주로 중국 정부의 지원하에 이뤄지는 반면 또다른 하나는 신의주-남포-평양 서해축은 중국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로 동북지역 임가공 공장을 건립하는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최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서 훙커주(洪可柱) 전인대 후베이(湖北)성 대표가 단둥에 북.중 우의(友誼) 경제특구 및 연합보세구라는 명의의 경제특구 설립안을 건의했다. 톈진(天津)시가 남포시 개발에 참여한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 자원 투자는 실리적 = 중국은 대규모 기업 투자에선 아직 망설이는 대목이 많지만 지하자원 투자는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고 있다.

원자재 및 에너지 부족문제가 심각한 중국으로선 자원확보가 중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의제로 등장한만큼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실리를 챙길 수 있는 분야는 바로 지하자원이다.

북한에 매장된 360여종의 천연자원 가운데 경제적 가치를 가진 자원은 200여종 으로 특히 마그네사이트와 텅스텐 매장량은 각각 세계 1, 2위이며 몰리브덴, 흑연, 중정석, 형석 등 7종은 세계 10위권의 매장량을 갖고 있다.

쩡페이옌(曾培炎) 중국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북한 로두철 부총리와 5억달러 규모의 해상 석유 공동개발 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북한이 최근 외국과 맺은 경제협력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중국 국영 퉁화(通化)철강 등은 컨소시엄을 구성, 아시아 최대의 노천 철광인 함북 무산철광의 50년 채굴권을 8억6천만달러에 인수하는 협의를 진행중이며 혜산 청년 구리광산, 회령 금광, 만포 아연광산, 용등탄광에 대한 북-중간의 개발.채굴권 협상도 진행중이다.

이들 지하자원 채굴 계약이 통상 20년, 50년의 장기간에 걸쳐 독점권을 행사한다는 점은 중국이 얼마나 북한 투자를 장기적으로 보고 있는지를 반증하는 대목이다.

미국을 통해본 북한은 암흑 일색이지만 중국을 통해본 북한은 신천지로 비춰질만큼 중국의 전방위에 걸친 북한 투자는 동북아 정세가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홍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