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말 잔치’ 뿐인 김정일에 인내심 잃었나






▲김정일 방중 행보./그래픽=김봉섭 기자
지난해 8월에 이어 9개월만에 전격적으로 추진됐던 김정일의 이번 방중은 별 소득 없이 마무리 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방중의 가장 큰 목적으로 꼽혔던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이 당초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8일 예정됐던 황금평 착공식과 30일 훈춘-나선 간 도로 건설 착공식이 취소된 것은 북중정상회담에서 양국간 경협 논의에 진전이 없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당초 황금평 착공식에는 장성택 당 행정부장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방중 일정이 길어지면서 김정일이 직접 참석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관측까지 제기됐었다.


김정일의 건강이 많이 호전됐다고 하지만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회복중인 상황에서 7박 8일간 6000㎞을 이동하는 일정은 다소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25일 베이징에 들어가기까지 무단장(牧丹江)→하얼빈(哈爾濱)→창춘(長春)→양저우(揚州) 등 총 5000㎞에 달하는 거리를 달렸는데 양저우 도착까지는 숙박도 하지 않은 채 30시간을 기차에서 보내기도 했다. 김정일이 이번 방중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황금평 등 북중경협은 향후 북한의 체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현금창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김정일이 경제난 타개를 위해 북중경협 성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김정일의 이런 절박한 행보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중에서 중국의 반응은 냉담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차 일본을 방문했던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22일 한중정상회담 자리에서 김정일 중국 초청과 관련 “중국의 발전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들(북한)의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초청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발전상을 통해 북한도 개혁·개방의 길에 들어서야 함을 촉구한 것이다. 원 총리는 지난해 8월 김정일의 방중 때도 북한의 개혁·개방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정일이 개혁개방에 대한 결단은 내리지 않은 채 ‘모기장 개방’을 통한 외화벌이만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으로써도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수 만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국은 김정일의 말이 아닌 실제 행동을 통해 북한의 변화 의지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일은 25일 북중정상회담에서도 “중국 각지를 방문하면서 경제사회 발전이 이뤄지는 모습을 보고 놀랄 만한 변화들이 나를 감탄하게 한다”고 말했다. 


김정일의 이같은 발언은 이치(一汽)자동차 공장, 중국 최대 전자업체 판다전자(熊猫電子), 한장개발구의 태양광설비 제조업체 화양타이양넝(華揚太陽能), 대형할인마트 방문 등 경제 시찰에 대한 종합평가 성격으로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 하다.


그러나 김정일은 지난 2000년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을 방문했었고, 2001년 상하이 푸동지구를 방문했을 때는 ‘천지개벽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2006년 광저우·주하이 등 남부 경제특구를 둘러봤을 때는 “광둥성 변화에 감동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으나 이후 북한이 실질적으로 취한 개혁 조치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전과 같이 말 뿐인 ‘비핵화 조치’ ‘개혁개방 조치’로는 중국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번 방중에서 재차 확인됐다. 더욱 절박한 처지에 놓이게 된 북한이 중국으로부터의 경제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특단의 결정을 내리게 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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