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라진 진출 ‘난제’ 산적

리룽시(李龍熙)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당위원회 부서기가 8일 북한 라진항의 부두 사용권 확보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라진항 진출에 대한 중국의 의욕을 드러냈지만 구체적 성과물이 나오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당장 중국의 라진항 진출에 선행돼야 할 접근 도로 개설과 관련, 북.중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다롄(大連)의 창리(創立)그룹은 2008년 라진항 1호 부두 사용권을 따내는 조건으로 두만강 일대의 대중 교역창구인 북한의 원정리에서 라진항을 잇는 고속도로를 건설하기로 북한에 약속했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훈춘(琿春)과 마주하는 원정리는 중국이 라진 진출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라진항을 동해 진출의 거점으로 삼는 한편 국제 물류 기지로 합작개발키로 북한과 합의한 중국으로서도 원정리-라진항 구간 고속도로 개설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국이 비용 전액을 부담, 고속도로를 개설하기로 양측이 합의했음에도 공사는 2년여째 진척을 보지 못한 채 원점을 맴돌고 있다.


도로 개설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우선 창리 그룹의 라진항 부두 개발에 대한 중국 당국의 승인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북한의 승인은 2008년 이뤄졌지만 중국 당국은 지난해 11월 두만강 유역 개발 프로젝트인 창지투 개방 선도구 사업을 승인하면서 라진항 부두 개발을 허가했다.


고속도로 개설 지연의 또 다른 이유는 노선을 둘러싼 북.중간 이견 때문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이 두만강변과 동해안을 따라 우회해 원정리-두만강시-라선시로 이어지는 새로운 고속도로 건설을 희망하는 반면 북한은 기존 원정리-라진항 도로의 고속도로화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한 소식통은 9일 “엇갈린 이해관계 때문에 라진항 개발의 전제 조건이 되는 도로 개설과 관련,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워낙 팽팽하게 맞서는 데다 양측이 제시한 노선이 확연히 달라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이 주장하는 신설 고속도로 구간은 89㎞. 직선 코스여서 54㎞에 불과한 기존의 원정리-라진 도로보다 거리가 배 가까이 늘어난다.


기존 노선보다 소요 예산이 훨씬 더 들 것으로 보이는 이 노선을 중국이 고집하는 표면적 이유는 기존 노선은 산세가 험악해 터널 뚫기 등 난공사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새 노선보다 오히려 더 많은 돈이 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노선이 북한과 러시아 접경지대를 끼고 돈다는 점에서 향후 러시아 극동지역 진출을 용이하게 하려는 셈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새 노선은 동해안을 따라 내려가기 때문에 추후 라진항 이외의 항구를 추가로 확보하더라도 북-중을 잇는 도로를 추가로 건설할 필요도 없게 된다.


그러나 라진항 개발로 북.중 교역 물량 확대에 따라 보안을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북한으로서는 기존 노선보다 길이가 훨씬 늘어나는 새로운 노선을 쉽게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라진항 부두와 국제 물류기지 합작 개발을 위한 외자 유치도 당장은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압록강의 섬인 위화도와 황금평에 대한 북.중간 자유무역지구 합작개발 추진과 관련,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최근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듯 중국은 북한과의 경제합작을 정상적 교역행위라고 정당화하고 있지만 당장은 주변국들의 적극적인 동의를 받아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핵실험 이후 조성된 한반도의 긴장 상태가 해소되지 않았고 지난해 단행한 화폐 개혁의 실패 이후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한 데다 대외 개방 정책에 대한 일관성과 신뢰성까지 의심받는 북한에 선뜻 투자하겠다고 나설 외국 기업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 미국 등의 자본이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투자에 나설 경우 유엔 제재 위반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으로서도 단독 투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결국 한반도 긴장 완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중국이 의욕을 보이더라도 라진항 합작개발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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