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1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라 대북 수출금지 품목을 대폭 늘렸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공업정보화부, 국가원자력기구, 해관총서 등과 공동으로 발표한 ‘2016년도 제22호 공고문’을 통해 대북 수출금지 품목 리스트를 발표하고 곧장 시행에 들어갔다.
대북 수출금지 품목 리스트에 포함된 항목은 군용·민수용 등 두 종류로 사용이 가능한 품목이지만, 북한의 핵무기, 미사일, 대량살상 무기 제조에 전용될 소지가 큰 40여 종의 물질이다.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 가능한 물질 중에는 고리형 자석물질, 마레이징 강철, 자성 합금재료, 가변주파수 드라이브(VFD),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 권선기, 압축형 선반, 레이저 용접설비, 디지털 선반, 플라스마 절단기, 금속성 수소 화합물 등 12종이 포함됐다. 다만 이들 품목에는 중국 정부가 제시한 규격과 물질 등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에 한 해 수출이 금지된다는 단서가 달렸다.
또한 상무부는 화학전 약품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염화알루미늄, 삼산화황, 트리뷰틸아민 등 14개 화학물질의 수출도 금지했다. 이밖에 화학·생물학 실험에 사용되는 반응기, 냉각기, 펌프, 밸브, 수신기, 증류기, 흡수기 등 각종 설비와 함께 HEPA 팬 필터장치 등도 수출이 금지됐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지난 7일 폐막한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미국과 대북제재 이행 현황을 점검하기 위한 전문가 모임을 구성하기로 합의하는 등 대북제재 공조 수위를 높이기로 한 것과 맞물려 주목되고 있다.
또한 중국이 최근 북중 접경 지역인 단둥(丹東)에 주재하는 북한 공작원 간부를 금지 물품 밀수 혐의로 구속하고 거액의 현금을 압수한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중국이 북한은 물론 한국정부와 국제사회에 대북 제재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이기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데일리NK에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해 포괄적이고 성실하게 이행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때문에 이번 조치도 그런 관점에서 제재의 강도를 높이는 차원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리수용의 방중에서 확인한 것처럼 중국은 북한에 대해 대화와 제재라는 투트랙(Two-Track)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상무부가 추가적으로 조치를 했고, 이는 분명 과거보다는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이는 한국과 미국 정부에게 중국이 대북제재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도 “이번 조치는 최근에 중국 정부가 단둥에서 북한 공작원 간부를 구속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면서 “이는 안보리 결의안을 이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이어 “현재의 중국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흐름에 보조를 잘 맞추고 있다”면서 “이번 조치로 인해 북한이 입는 타격이 실제로 눈에 띄게 확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계속 제재가 추가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으론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