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단둥에서 맛보는 ‘쩡한’ 평양 릉라도 김치

북한에서 파견된 전문가가 직접 제조한 김치가 중국 단둥(丹東)에서 대량 생산체제를 갖추고 한국 입맛 공략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단둥의 북중 합자기업 단둥스진(世金)식품유한공사는 작년 말부터 북한에서 21년 간 김치 제조기술만 연구해온 기술자를 초빙해 북한의 방식 그대로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조선중앙은행 산하 조선금별(金星)무역회사에서 15만 달러(약1억4천만원)를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북한식당을 제외하고 북한이 단둥에 투자해 설립한 최초의 식품회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 투자비는 인민폐 270만위안(약3억3천만원).

이 회사는 북한에서 확립된 김치제조 기술을 적용해 ‘릉라도’라는 상표명으로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자된 만큼 각종 현대식 위생시설도 철저히 갖춰 놓았고 자체적으로 실험실과 분석실까지 만들어 품질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릉라도 김치는 매운 고추로 버무린 배추가 발효되면서 만들어지는 ‘쩡한 맛’이 특징이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에 따르면 ‘쩡하다’는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톡 쏜다’는 뜻을 가진 말로 김치 특유의 감칠맛과 청량감 등을 뭉뚱그려서 표현한 북한말이다.

이 같은 맛의 비결은 손맛에만 의존해왔던 김치제조 기술을 과학적으로 검증해 표준화한 결과다. 재료 선별부터 배추 절이기와 양념배합까지 과학적 연구를 거쳐 확립된 김치제조 기술이 편차없는 맛을 보장한다고 한다.

북한의 식품대학원 출신으로 공장에서 기술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허광호(49) 연구사는 1일 “남쪽이나 북쪽이나 김치를 담그는 기본은 같지만 남쪽 김치가 오래 보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북쪽의 김치는 특유의 쩡한 맛을 살린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회사는 중국 내수판매보다는 한국시장 개척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점을 적극 활용해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등 대도시의 식당을 고정 거래처로 확보해 김치를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단둥으로 파견을 나와 회사 경영을 맡고 있는 조선금별무역회사의 한 관계자는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남쪽까지 보내는 데 3일 정도가 걸린다고 가정하면 갓 만들어져 나온 김치가 숙성을 거쳐 가장 맛이 있을 때 공급될 수 있다”며 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특히 이 회사는 단둥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들에게 공장을 개방해 직접 현장에서 북한 연구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김치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마케팅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 공장의 위생상태에 자신감이 있는 데다 북한 사람이 직접 김치를 만드는 장면을 보고 싶어하는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절묘하게 배합한 아이디어인 셈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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