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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김정일 사후 북한의 정치적 변동에 대처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논의하자는 미국 정부의 제안을 일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
신문은 전· 현직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 국무부 및 백악관 당국자들은 최근 수개월간 중국측 당사자들과 접촉해 김정일 사후 북한 지도체제 변동에 대한 중국의 입장 및 유사시 대응계획 논의를 타진해 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올해 67세인 김정일은 지난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북한이 최근 그의 공개활동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고 있지만 모두 날짜가 미상으로 나와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지도체제와 관련된 관련국들의 논의 자체가 평양을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이에 대한 논의 자체를 거절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정부의 한 관리는 “미 정부가 부시 대통령 재임기인 지난 8년 동안 중국 정부를 상대로 끊임없이 김정일 유고시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도했다”며 “이 같은 미 정부의 의사타진은 대부분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이뤄졌는데, 중국은 어떠한 행동도 취하길 원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미국 정부는 북한의 정치적 변동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불안정성에 대해 미국과 한국, 중국이 공동의 대처할 수 있는 일반적인 원칙을 만들고자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구체적으로 유사시에도 중국군이 압록강을 건너지 않는다는 보장을 원했으며, 한·미 정부 양국은 북한 내 인도적 지원 활동에 있어 한국 정부의 우위가 지켜지기를 희망했다는 것.
이와 관련, 부시 행정부 1기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마이클 그린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비상계획에 명시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어려울지 몰라도 관련국들의 협력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그러나 중국 학계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김정일 유고시 발생할 수 있는 안보문제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주변국들이 낮은 차원의 논의조차 북한 지도층을 자극하고 주변국들의 음모에 대한 그들의 의혹을 키울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상하이 자오퉁(交通)대 국가전략연구센터 좡젠중 교수는 “김 위원장의 와병과 권력붕괴 가능성을 염두해 두는 것 자체가 북한 국내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고, 이는 중국의 불간섭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중국의 기본 입장은 이에 대해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중국 내 싱크탱크 관계자는 “미국의 기본입장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중국은 김 위원장 사후 북한이 권력투쟁과 국경이탈자 속출로 인해 와해되리라는 속설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권력이동이 동북아 안보를 심각히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으며,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의 안전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며 “북한을 안정시키는 노력에 있어 미국과 중국의 군대가 위태로운 입장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빅터 차 전 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은 “북한의 잠재적 불안에 대해 관련국들이 조용한 대화조차 하지 않는 것은 완전히 무책임한 일”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김 위원장이 더 젊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