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김정일 면담으로 對北 영향력 과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갖고 방중한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23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면담하고 친서를 전달함으로써 중국은 또 다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했다.

이번 면담은 김 위원장이 와병설 이후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만난 것이어서 중국으로서는 북한과의 특수한 관계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부각시키는 데 충분했다는 평가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문제에서 자국이 가진 ‘레버리지’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을 자신들의 영향력 안에 묶어둘 필요가 있다.

중국은 북한이 최근 북.미 관계의 변화와 6자회담 진행과정에서 미국과 직접 협상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내심 자국의 대북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해 왔다.

그러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이런 우려가 상당부문 불식됐다는 것이 중국 안팎의 평가다.

중국으로서도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응해 북.중 관계를 돈독히 하고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이번 기회가 매우 중요했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한 셈이다.

북한으로서도 이번 면담을 통해 적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우선 지난해 8월 뇌혈관 질환을 앓은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으로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맞아 건강에 문제가 없으며, 자신이 북한을 통치하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세계에 알렸다. 새 미 정부에 북핵문제의 존재감을 알리고 양자협상의 테이블에서 적극 협상해보자고 신호를 보내는 성과를 거뒀다.

한편으로 이를 알리는 통로로 매년 북한을 방문해온 중국의 왕 부장을 택함으로써 북한은 북.미 대화와 6자회담 등에서 중국의 협력과 식량 등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후 주석의 방중 초청을 흔쾌히 수락한 것도 북한이 최대 우방이자 혈맹인 중국을 중시하고 있으며 북.중 관계의 강화가 한반도 정세를 풀어나가는데 기초가 된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한 것이다.

왕 부장은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던 2004년 4월과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한 2005년 2월 등 ‘중대 사안’이 있을 때마다 그 시기를 앞두거나 즈음한 시기에 방북, 김 위원장과 회담했다.

사실 김 위원장의 중국 인사 `편애’는 전부터 상당히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월 왕 부장과 면담하고 6월 시진핑(習近平) 부주석과의 면담하는 등 작년의 3차례의 외부 인사 접견은 모두 중국 인사들하고만 이뤄졌다.

이번 면담과 김 위원장의 방중 요청 수락 등은 양국 수교 60주년과 우호의 해를 맞아 북.중 관계를 돈독히 하고 더욱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예고하고 있다.

후 주석은 친서에서 “중국 공산당과 정부를 대표해 따뜻한 새해 인사를 전한다”면서 “올해는 중국과 북한 간 수교 60주년이자 양국 우호의 해인 만큼 이를 기회로 양국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발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북.중 관계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모두 매우 중요하다”면서 “북.중 우호의 전통을 계속 이어나가자”고 화답하면서 “중국과 함께 협조와 조화를 이뤄 6자회담을 부단히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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