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김정은 체제 균열 촉진’ 원유 차단 결단내릴 수 있나?



▲대북 송유관 단둥(丹東) 기지 내의 가압시설.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진행 : 최근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중국 역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지할 강력한 제재 방안을 몰두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중국의 대북 원유 수출 금지 방안이 가장 결정적인 제재로 꼽히고 있는데요. 중국이 과연 북한 체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주게 될 원유 공급 중단이란 카드를 뽑아들 수 있을지 국제사회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데일리NK 최송민 기자와 함께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이 북한 체제에 미칠 영향을 진단해보겠습니다.

– 우선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는 경로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중국에서 수입하는 원유양이 북한의 전체 원유 수입량에 비하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나요?

북한에서 사용되는 원유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공급하는 것이라는 건 이미 세상이 다 알고 있는 문제입니다. 중국 원유는 송유관을 통해 중국 요녕(遼寧)성 단동(丹東)과의 인접 지역인 평안북도 피현군 백마 연유창으로 대량 흘러 들어갑니다. 과거 북한은 중국 정부로부터 원유 공급을 받는 대가로 중국 동북지역에 40만kw/시의 전력을 공급해 왔습니다.

이는 평안북도 삭주군 압록강 인근에 건설된 대규모 수풍수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인데, 전체 생산 전력의 약 70%에 해당했습니다. 하지만 설비 노후화로 인해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이 지속 감소하자, 1990년대 초부터는 전력 대신 무연탄을 주고 연간 약 30만 톤의 원유를 공급받아 왔습니다. 북한에서 사용되는 원유량의 90%는 중국에서 흘러들어오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로씨야(러시아)와 이란 등 중동 국가에서 반입됩니다. 

– 사실상 북한이 원유 수입량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만큼 중국이 대북 원유 수출을 중단할 시 북한이 입을 타격이 클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원유에서 나오는 기름은 북한의 각 분야에서 요긴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모든 공장기업소들과 군부대들 모두 연유(디젤, 휘발유)를 필수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중국으로부터의 원유 공급이 줄어들거나 완전히 차단된다면, 국방 분야는 물론 인민 경제 모든 분야에서 커다란 손실을 입게 됩니다.  

– 분야별로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죠. 일단 북한 내에서도 특히 수입 원유를 많이 사용하는 곳은 군(軍)일 것 같은데요. 중국이 원유 공급을 중단할 시 북한군은 어떤 타격을 입게 될까요?

중국 원유 공급이 끊긴다면 북한에게 있어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바로 국방 분야가 될 것입니다. 김정일도 생전 “현대전은 알(포탄)전쟁, 연유(기름) 전쟁”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기름이 있어야 전쟁 수단의 빠른 기동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죠. 현재 북한은 미국의 압박에 맞서 핵·미사일을 앞세우고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중국이 원유 공급을 중단하면, 북한은 탱크와 장갑차를 비롯한 포병무력은 물론 동·서해에 배치된 모든 전투 함선들을 전혀 가동할 수 없게 됩니다.

군부대 운영 역시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백만 대군을 먹여 살리기 위해선 각 부대들에 후방물자를 수송해 공급해야 하는데, 원유 공급이 끊기면 이마저도 차질이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 인민경제에는 어떤 타격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원유 수입이 끊기는 일이 민생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중국의 원유 공급이 끊기거나 줄어들 경우, 민생 분야에 있어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 되는 곳은 서해 안주지구에 위치한 봉화화학공장입니다. 1980년대 완공된 대규모 봉화화학공장에서는 원유를 가공해 휘발유와 디젤유, 석유는 물론 액화가스와 함께 화학비료를 비롯한 각종 생활필수품의 주원료를 생산합니다. 만약 중국으로부터 원유 공급이 끊기면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농업 생산에 필요한 화학 비료 생산 또한 타격을 입게 돼 결과적으로 농업까지 마비되겠죠. 아울러 평양을 비롯한 전국 각지 수송기재(자동차, 버스)들이 가동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에는 ‘수송이 곧 생산’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수송이 중요하기 때문에, 원유 공급 중단으로 수송이 불가능해지면 사실상 모든 공장기업소 운영도 멈추게 될 것입니다.

– 체제의 보루인 군은 물론 인민경제까지 붕괴하면, 사실상 김정은 정권 역시 위협을 받지 않을 수 없을 텐데요. 조선노동당을 비롯해 북한 핵심 기구들은 원유 수입이 끊길 시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까요?

과거 미국의 경제봉쇄로 꾸바(쿠바)가 타격을 입고 있을 때, 피델 카스트로는 가장 먼저 간부들에게 승용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업무를 보라고 지시했습니다. 북한 역시 중국으로부터 원유 공급을 받지 못하게 되면, 고급 간부들까지 평민들처럼 자전거를 타고 다녀야 할 것입니다. 간부들로선 결코 좋아할 상황이 아니겠죠. 또한 평양에만 특별 공급되던 석유 공급이 중단되면 평양 시민들의 불만도 커지게 될 것입니다. 이는 곧 평양의 붕괴, 나아가 북한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것입니다.

– 북한도 전쟁이라든지 갑작스런 원유 수입 중단이라든지 하는 비상사태에 대비해 어느 정도 원유를 비축해놓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북한이 비상용으로나마 사용할 수 있는 원유는 얼마나 마련돼 있습니까?

물론 전후 북한은 전쟁 예비물자를 중시해왔기 때문에 늘 3개월 치 전략 물자를 비축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는 각종 대회와 열병식 등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기 위한 행사들에 많은 전략물자를 소비해 버렸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이 이렇게 비축 원유를 야금야금 꺼내 쓰는 바람에 현재 남은 양은 비축 기준량에 30%에도 못 미칠 것으로 관측됩니다. 또한 기름이란 건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며 만약 오랫동안 보관하면 세탄가와 옥탄가가 떨어져 디젤유와 휘발유로 쓰기 어려워지는데요. 말하자면 오래 고인 원유는 결국 물과 다름없는 게 되고 마는 것이죠.

– 중국이 원유 공급을 중단할 시 북한은 사면초가에 빠질 수밖에 없겠는데요. 그나마 북한에 간헐적으로 원유를 공급해온 로씨야나 중동 국가에 손을 벌려볼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이럴 경우 주시해야 할 곳은 바로 로씨야입니다. 지금껏 북한은 중국과 로씨야 두 나라 사이를 오가며 그들의 감정을 잘 활용해 왔습니다. 중국과 사이가 틀어질 것 같으면 로씨야를 끌어당기는 식으로 양면 전술을 활용해 온 건데요. 최근에도 중국이 미국과 결탁해 대북 압박을 가해오자, 북한은 중국을 공개적으로 비방하면서 대신 로씨야와의 경제협력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대형 여객선 만경봉 92호의 로씨야 정기항로를 개설하는 한편, 동해 지역에서는 나호드카 디젤유라 불리는 로씨야 디젤유와 휘발유를 선봉, 나진, 청진, 문천항을 통해 대량 반입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요즘 김정은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리아(시리아) 등 중동 국가들에 축전을 보내며 친선관계를 운운하고 있는데, 이는 바로 중동 국가로부터 원유를 들여오기 위한 속셈이라 볼 수 있습니다.

–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은 그야말로 북한 당(黨)·군(軍)·정(政) 전반에 균열을 가져올 만한 제재가 되겠는데요. 다만 아직까지 중국은 북한의 체제 균열로 인한 불안정을 원치 않는 모습인데, 과연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이란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중국은 북한의 완전 붕괴를 원치 않습니다. 중국에게 있어 북한은 미국 등 서방 경쟁 세력과 대결하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유일한 북동전선의 든든한 변방부대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중국은 미국 성조기가 압록강 인근에 꽂히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때문에 중국은 북한을 잘 다스리려고 할 뿐 원유 공급 중단으로 체제가 붕괴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때문에 어느 정도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것으로 대국의 체면을 세우려하겠지만, 원유 밸브는 그저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보여주기식 흉내만 내는 데 그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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