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광객 말고 물자만” 北요구에 국제열차 운행 재개 거부

'이달 30일 운행 재개' 사실상 무산...소식통 "中, 남포 통한 물자 수송 제안도 거절"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오가는 국제열차가 압록강대교를 통해 북한에서 중국 쪽으로 운행하는 모습. / 사진=연합

이달 말 재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북중 간 국제열차 운행이 최근 돌연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방역시스템에 대해 북한 측이 의문 제기가 빌미가 됐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앞서 본지는 지난달 26일, 북한과 중국이 이번 달 말부터 국제열차 운행 재개하고 관광을 제한적 허용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북중, 국제열차 운행 재개 합의…평양·금강산만 관광 허용”)

북한 내부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북한)당국이 국제열차를 통한 관광객 허용 문제를 다시 토론하자고 중국에 제안했다”며 “이에 대해 자신들의 방역 상황에 대해 불신하는 것이라고 느낀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달 말 열차 운행 재개는 사실상 무산됐다”고 전했다.

당초 북한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출신자와 해당 지역을 체류한 사람을 제외한 관광객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약간의 문제가 있지만 상황을 지켜보면서 본인들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에 국지적인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계속되자 북한이 입장을 바꿔 사람이 드나드는 관광 문제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했다는 뜻이다. 이에 중국은 북한이 자신들의 방역 능력을 미덥지 못하게 평가한다고 느끼고 합의 파기라는 강수를 던진 상황이다. 북한의 재협상 요구가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남포 수출입품검사검역소가 방역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北 남포항 통한 물류 수송 제안…中 거부”

중국의 갑작스러운 열차 운행 재개 중단 결정에 북한은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는 중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급한 건 중국이 아니라 우리(북한)다”면서 “국제열차 뒤에 빵통(화물칸)을 붙여 물자를 실어 오려는 계획이었는데 중국이 운행을 거절해 당혹스러운 상태다”고 전했다.

당초 중국과 북한은 국제열차 운행을 재개하면서 중국인 관광객과 함께 몰래 물자도 수송하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북한이 중국인 관광객은 불허하고 물자만 받겠다고 제안하자 중국 측이 반발한 모양새다.

소식통은 “중국이 ‘조선(북한)이 어린아이처럼 말을 바꾸고 자기 사정만 맞춰달라고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면서 “이렇게 나오면 자신(중국)도 조선을 도와주기 힘들다는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재중 북한 대표부는 발빠르게 남포항을 통한 물자 교류를 중국 측에 제안했지만 이 역시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국제열차 운행이 불발된 이후 지난 11월 초 (재중 북한) 대표부는 중국 대표부와 회의를 하고 차선책으로 남포항을 통해 (북한 당국이 지정한) 물자라도 교류하자고 제안했다”면서 “그렇지만 이 제안도 중국 측이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조선과 교류하다 자칫 잘못하면 (대북 제재) 위반국으로 지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면서 “안팎으로 정치적 문제가 산재해 있어 (북한과의) 소규모 무역도 거절한다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이 남포는 국제사회가 주시하는 곳인 만큼 무역 재개가 어렵다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중국은 조선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자신들이 필요할 때만 요구하는 모습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면서 “급한 건 조선이기 때문에 중국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북한) 내부는 긴급 물자를 들여와 국가시장이나 인민 생활 안정을 보장해야 하는 시기이다”며 “필수물자를 들여오는 것이 관광으로 인한 외화 흡수보다 더 중요하고 사활적인 문제인데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북한에 관광하기 위해 단둥 세관에서 입국 검사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중국 관광객들. / 사진=데일리NK
김정은 “8차 당대회 전까지 외국인 관광 재개 말라”

한편, 북한은 최소 내년 1월까지는 중국인 관광객을 받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북한 내부 소식통은 이날 “지난 9일 오전 김정은 동지의 ‘8차 당대회 전까지 일체 외국인 관광은 재개하지 말라’는 방침이 외교당국에 내려왔다”면서 “이는 (코로나19가) 정돈(종식)됐다고 생각한 중국에서 다시 감염자가 터져 나오자 내린 결심”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김 위원장이) 중국의 악성 전염병과 관련한 변수를 예측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면서 “지금 조건에서 (관광을 통한) 외화 유치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외화 확보보다 방역이 우선이라는 김 위원장의 판단에 따라 최소 내년 1월 열릴 예정인 노동당 8차 당대회 전까지는 관광 재개가 불가능해졌다는 말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의중이 사전에 국제열차 협상 담당자들에게 전해졌는지 여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방역차원에서 먼저 외국인 입국을 거부했다’는 자존심을 세우는 내부결속용 지시일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