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자국의 반대 입장 관철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의무 사이에서 도통 갈피를 못 잡는 모양새다. 중국이 8일(한국시간) 안보리 대북규탄 성명에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를 명시할 것을 주장하면서 언론 성명 채택이 최종 불발됐다.
지난달부터 세 차례 이어진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언론 성명 채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본국으로부터 하직 훈령(지침)을 받지 못했다’는 모호한 이유를 들며 시간을 끌어왔다. ‘사드 배치 철회’라는 자국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전략이 숨어 있었다는 지적이다.
사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안보리 대응이 늦어지는 데 있어 중국의 ‘몽니’가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은 일찍이 제기됐다. 북한이 3일 노동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안보리 이사국 회의가 열린 데 이어 미국이 언론 성명 초안을 제출하는 등 초기 대응은 발 빠르게 이뤄졌지만, 이후엔 지지부진하게 미뤄졌기 때문.
당시 사드를 빌미로 한 중국의 ‘시간 끌기’ 전략으로 인해 성명 채택이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정부는 “중국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만큼 국제안보에 저해되는, 위해가 되는 도발행위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입장 표명만 반복해왔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일부 국가라고 표현했지만, 다 알다시피 중국이었다”고 말했다. 당국자는 “당시 중국이 미국의 성명 초안에 즉각 반대 의사를 표현한 건 아니었지만, 본부에서 검토 중이라는 이유를 들며 침묵 절차를 7, 8회 정도 연장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당국자도 언론 성명 채택 과정에 사드 문제를 끌어들인 중국을 겨냥한 듯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권적 방어조치를 문제 삼는 것은 본말전도”라면서 “근본 원인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안보리가 결의 2270호를 포함한 관련 결의에 따라 더욱 강력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사드 반대’를 빌미로 대북 규탄 공조에 불협화음을 보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자칫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 의지도 와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시키기 위해 대북 제재 이행 여부를 국제사회와의 협상 카드로 삼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외교부 측은 중국이 사드를 이유로 안보리 결의 이행 여부를 재고하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성명 초안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북한이 안보리 2270호 관련 결의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을 때, 중국은 이에 아무런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면서 “중국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도발행위에 대해) 다른 안보리 회원국들과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 결의 2270호가 만장일치로 채택되는 데 동참했으며, 그동안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면서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