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北核 전략적 선택’ 무엇이 남았나?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파견된 탕자쉬안 국무위원과 김정일

북한 핵실험 이후 중국의 애간장이 탄다. 미국 압박의 강도는 갈수록 세어지지만 김정일은 결코 굴복할 기세는 아니다. 탕자쉬안도 김정일을 만나 보았지만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어떻게든 이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싶은데 상황은 점점 더 꼬여 간다. 처음에는 중재자로 나섰으나 이제는 모두 중국이 해결사로 나서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선택 폭은 넓지 않다. 세 가지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첫째는 햇볕정책이다. 지원을 계속하면서 어떻게든 김정일을 달래서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햇볕정책이 성공하려면 김정일이 적극 협력해야 한다. 김정일이 추가 핵실험을 포기하고 6자회담에 응하며 핵사찰에도 적극 응하는 것이다. 만약 김정일이 이렇게만 해준다면 중국은 김정일에게 뭐든지 다 지원하고 싶을 것이다.

中, 김정일에 대한 기대 이미 접어

그러나 중국은 이미 김정일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 오래되었다. 김정일과 중국의 정치적 관계는 78년 중국이 개혁개방 노선을 택한 이후 줄곧 내리막 길을 걸어 왔다. 중국은 북한으로 하여금 개혁개방 노선을 가도록 줄곧 설득했다. 그러나 북한은 나진, 선봉 개방 등의 제스쳐를 취하긴 했으나 결국 중국의 충고를 따르지 않았다.

이와 같은 북-중 간의 관계 악화는 경제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 북한의 식량난 이전까지 북-중 간의 변경무역은 사실상 중단되었다. 북-중 간의 변경무역이라도 지속되었더라면 90년대 중,후반 북한의 대량 아사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북-중 간의 변경무역이 재개된 것은 북한의 식량난 이후부터다.

실제로 김정일 집권 이후 북한은 중요한 사안을 중국과 사전 협의한 일이 거의 없다. 협의를 하더라도 중국의 충고를 따른 적이 없다. 북한의 NPT 탈퇴, 미사일 발사, 핵 실험 그 어느 것도 중국과 사전 협의하지 않았다. 직전에 일방적인 통보만 있었을 뿐이다.

2002년 신의주 특구개발은 북-중 간의 불협화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김정일은 중국의 주룽지 총리가 신의주에 카지노 등 향락산업을 개발하는 데 반대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부쳤다. 게다가 중국이 달가워하지 않는 인사인 양빈을 특구 행정장관으로 임명했다. 결국 양빈은 중국 당국에 의해 구속되었고 신의주 특구는 물거품이 되었다.

그리고 북한 내에서도 김정일은 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반중(反中) 의식을 지속적으로 고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5년 일본의 북한인권 NGO인 RENK에서 공개한 ‘노동당 간부와의 대화’나 2006년 미사일 발사 직후 교토 통신이 보도한 김정일의 재외 공관장 회의에서의 발언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김정일은 ‘중국은 믿지 못할 나라’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 내에서는 김정일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중국이 김정일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면서 전폭 지원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할 수 있다.

對北 정치적 영향력 거의 없어

두번째는 전면적인 경제제재를 가하면서 김정일 정권을 교체하려 할 가능성이다.

중국은 북한의 주변국가 중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나라다. 중국은 북한의 제 1 교역 상대국으로서 전체 교역의 40%(한국 25%, 태국 러시아 일본 EU 등 25%, 기타 10%)를 차지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전쟁 이후 북한과 안보동맹을 유지해 온 나라다. 따라서 중국이 북한을 바꾸기로 결심만 하면 정말 북한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미국도 그런 기대를 가지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인들 중에도 중국이 북한을 ‘동북 제4성화’ 할 정도의 영향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중국이 전면적인 대북제재를 가하면 그 경제적 영향력은 지대할 것이다. 북한의 경제는 사실상 마비될 것이고 이는 대량 탈북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권이다. 경제가 파탄나고 대량 탈북이 발생한다고 하여 정권이 바로 교체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 파탄과 대량 탈북이 정권 교체를 가져 온다면 북한 정권은 이미 90년대 말 교체되었어야 했다. 최소한 중국이 북한의 정권 교체 전략이 성공할 수 있으려면 북한 권력층 내부에 중국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포진해 있어야 한다.

그럼, 과연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중국이 김정일을 압박해서 김정일의 마음을 바꾸거나 김정일이 말을 듣지 않으면 김정일을 제거할 수 있을 정도의 내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전면적 대북경제제재, 中에 최악 결과 초래할 수도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과 중국 간의 인적 유대 관계는 그리 깊지 않다. 사회주의 맹방이라는 미사여구가 무색할 정도다. 물론 북한은 중국에 많은 유학생을 보냈다. 또 빈번한 군사 교류와 외교적 교류가 있어 왔다. 이처럼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번한 교류만 생각한다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사적인 채널이 아주 많은 것처럼 판단된다. 그러나 아니러니 하게도 중국은 북한에 대한 공적인 채널 이외에 사적인 채널은 거의 만들지 못했다.

그 이유는 북한 당국이 유학생이든, 외교관이든, 군인이든 중국인들과 교류할 때에도 철저히 통제하기 때문이다. 북한 사람들이 중국인들을 만날 때 개인적 만남은 불가능하다. 항상 두 사람 이상이 함께 만나야 된다. 때문에 북한인들은 중국인들과 대화할 때에도 허물없이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친구를 만들기도 어렵다. 어렵사리 친구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친구 관계가 지속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왕 북한에 돌아가게 되면 북한과 통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오는 편지는 모두 검열되고 전화도 모두 도청되기 때문에 사적인 인간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중국이 김정일 정권을 마음만 먹으면 교체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저 순진한 환상에 불과한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기를 원하지 않지만 동시에 그것을 막을 정치적 영향력도 크지 않다. 여기에 바로 중국의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이 처럼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이 미약하기 때문에 전면적 경제 제재를 가하더라도 정권 교체를 이루어내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전면적 경제제재는 대량 탈북을 초래해 중국 사회의 안정을 해치고, 게다가 김정일 정권과 핵무기는 그대로 유지되는, 그야말로 중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전면적 경제제재는 중국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너무나 큰 것이다. 때문에 중국은 대량 탈북을 유도할 국경 전면 봉쇄 같은 정책 보다는 당분간 금융제재나 화물 검색 등 선별적인 경제제재 정책을 유지하면서 그 폭을 서서히 넓혀 나갈 공산이 크다.

中, 핵문제 장기전 끌고 갈 것

한편 중국 입장에서 무력개입을 통해 김정일을 제거하고 북한을 비핵국가로 만드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는 너무 큰 비용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주은래 총리 이후 고수해온 외국에 대한 내정 불간섭 원칙을 스스로 깨는 일이다. 북한이 중국을 직접 무력 위협하지 않는 이상 중국이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중국 입장에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 방법 밖에 없어 보인다. 선별적인 경제제재를 통해 북한 핵문제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으면서 동시에 김정일 이후를 담당할 새로운 세력을 육성하고 이들과 유대를 강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 핵문제는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2008년 북경 올림픽 이전에 김정일 정권을 교체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는 중국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물론 중국이 2008년 전에 김정일 정권을 교체할 수 있을 정도로 북한 내에 친중 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김정일도 바보가 아닌 이상 권력층 내에 친중국 세력 확대를 순순히 용인할 리가 없다.

이와 같이 비록 장기적이더라도 중국의 대북정책이 결국은 김정일 정권 교체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동북아 정세에 있어서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조성될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중국정부는 중국 내 탈북자들에게 보다 유화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다. 이들 탈북자들은 잠재적인 반김정일 세력이다. 따라서 중국은 탈북자들을 통해 북한 내 정보를 취득하고 나아가 북한 내 반김정일 세력을 육성하고 연계를 강화하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둘째, 북한 내 직간접적 채널이 있는 북한인권, 민주화 NGO들, 또 북한 내에 영향을 주고 있는 대북방송들과도 조심스럽지만 교류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다. 북한 내 대체세력을 형성한다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김정일의 정치적 통제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내에 조금이라도 채널이 있다면 이는 아주 귀중한 자산이다. 중국은 이러한 자산을 활용하기 위해 시도할 것이다.

한국, 북한내 ‘대체세력’ 육성에 관심 보여야

셋째, 중국의 ‘포스트 김정일’ 모색은 일본, 한국 정부에게도 북한 내 대체세력 육성에 관심을 갖도록 영향을 끼칠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 중국, 일본, 한국은 김정일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은 김정일이 핵을 해외로 수출할 경우 이외에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북한 내부에서 그 방법이 군부 쿠데타든, 인민들의 무장 봉기든 자체적으로 김정일이 교체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뿐 아니라 일본, 한국도 북한내 대체세력 육성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제일 걱정되는 것은 한국 정부와 집권 여당이다.

한국은 김대중 정부 이후 김정일이 스스로 변화하여 개혁개방에 나설 수 있다는 환상을 너무 강력히 키워 왔다. 집권 여당 대표의 개성공단 방문 해프닝을 보면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지금도 한국의 집권 세력은 이런 미망에서 깨어난 것 같지 않다. 만약 한국이 포스트 김정일 체제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중국이나 일본 또는 미국에 그 주도권을 빼앗긴다면 향후 격동할 한반도의 미래 운명에 한민족은 또다시 방관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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