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6자회담 다단계 접근법’ 제안

중국이 9일 제5차 6자회담에서 ‘큰 틀’ 마련에 이은 ‘전문실무그룹’ 구성 등 다단계 접근법을 담은 이행방안 협상을 공식으로 제의하면서 다른 참가국의 반응과 논의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이번 회담의 임무를 “공동성명의 세칙, 방법, 절차를 정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뒤 이를 위해 “각측 수석대표가 큰 틀의 방안을 만들고 그 후에 실무그룹이나 전문실무그룹이 구체적인 세칙을 마련해 수석대표 협의에 제출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9.19 공동성명’의 이행계획을 위한 절차와 틀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다단계 접근법은 ① 수석대표간 큰 틀의 방안 확정 ② 전문실무그룹의 세칙 마련 ③ 전문가그룹의 세칙에 대한 수석대표회의의 검토 등으로 순서가 정해진다.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맨 나중에는 수석대표들이 전문가그룹이 만든 세칙들을 놓고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입각한 ‘상호조율된 조치’로 만드는 짜맞추기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 단계에 수석대표들의 임무로 설정한 ‘큰 틀의 방안’의 의미는 다소 모호하다.

우선 엉성하더라도 이행방안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밑그림을 마련하자는 뜻으로 풀이하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에는 밑그림이 있어야만 향후 협상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신뢰도를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행방안 협의를 어떤 절차에 따라 논의할 지 협상의 틀을 만들자는 얘기로 들린다는 견해도 있다. 밑그림 짜기가 실천내용을 다룬다면 협상의 절차를 만드는 것은 형식에 국한돼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해석인 셈이다.

두 번째 단계에 언급된 전문가실무그룹은 복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무원 산하 세계발전연구소 한반도연구센터 리둔추(李敦球) 주임은 이와 관련, “한반도 비핵화는 하나의 방대하고 복잡한 문제로 여러 개의 작은 문제로 나눠질 수 있다”며 전문실무그룹 구성안이 실질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실무그룹으로 ▲한반도비핵화 ▲북미 관계정상화 실현 ▲대북 에너지.경제 원조 실시 등 3개 주제로 나누는 해법을 제시했다.

이는 공동성명 1∼3항이 담은 내용을 조항별로 그룹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공동성명에 근거해 주제를 나눌 경우 어떤 주제의 그룹을 만들 것인지를 놓고 벌어질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는 판단도 가미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4항의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는 북핵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뒤에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일단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실무그룹이 구성되면 ‘행동 대 행동’ 에 들어갈 수 있는 콘텐츠들이 협상테이블에 올려 주제별로 가능한 모든 행동을 추려내는 것은 물론 비핵화와 관련해 핵시설 신고, 검증, 동결, 폐기, 사찰 등 다양한 문제가 다뤄질 전망이다.

중국의 이런 제안은 개막 전 양자협의를 거쳐 나왔다는 점에서 참가국간 공감대를 어느 정도 확보한 바탕 위에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조셉 디트러니 미 국무부 대북협상대사가 2일 케이토(CATO) 연구소 초청연설을 마친 뒤 “실무그룹회의를 세분화하는 방안이 5차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한 것과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얼핏 보기에는 중국과 우리 입장이 다른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 부부장이 7일 일본 특파원들과 만나 “이번 회담에서 전문가그룹 구성이 제의될 것”이라고 한 데 대해 우리측 대표단 사이에서 1단계회담에서는 전문가그룹 구성으로 갈 가능성이 없다며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우 부부장의 개막식 제의는 전문가그룹에 앞서 수석대표 사이에 큰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 추가된 점에 비춰 한중간 입장이 상반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큰 틀’이 이행방안의 밑그림을 말하고, 그 밑그림이 상호 신뢰 축적에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면 우리측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인 것이다.

이런 중국의 제안은 이행방안을 구체화하는 두가지 방법으로 점쳐진 주고받기식 조치를 시계열(時系列)에 따라 나열해 ‘단일 로드맵’을 만드는 방법과, 주제별로 나눠 순서를 짜는 ‘멀티 트랙’ 형태의 접근법이 섞여 있는 인상도 풍긴다.

첫 단계에서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소제목을 대충 나열한 엉성한 로드맵이 정해질 수 있고 둘째 단계에는 주제별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예측 가능성과 신뢰 축적, 모멘텀 유지 등을 기하기 위한 실리적 접근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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