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차관 공장에 투입해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

북한이 새로운 경제관리 개선조치 시행을 앞두고 중국에 10억 달러 차관을 요구하는 등 경제개혁 자금 확보에 나섰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이러한 막대한 자금의 사용 계획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북한의 전용(轉用) 가능성을 들어 현금 지원에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경제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중국의 자금을 사용하는 이상 군사비 등에 많은 액수가 쓰일 가능성은 실제 낮아 보인다. 김정은이 내부의 여러 위험요소를 무릅쓰고 6.28방침으로 알려진 새로운 경제개선조치를 발표한 이상 당분간 경제개혁 성공에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경제개혁의 1단계 조치로 공장기업소와 농장 작업분조에 최초 생산비용을 투자해 생산력을 복원, 재생산 구조를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공장 작업라인의 기계설비를 교체해 주고 원자재 및 부자재, 에너지 등을 먼저 공급해주는 방식이다. 


경제개혁의 시동을 거는 단계부터 막대한 설비 투자가 불가피하다. 그동안 북한 대다수 공장이 노후 장비를 임시방편적으로 수리해 사용해왔기 때문에 원자재와 에너지를 투입해도 생산성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단발성 예산으로는 투입 자금만 증발돼버릴 가능성이 크다.


청진 출신 한 탈북자는 “김책제철소의 수십 개의 직장(생산거점단위) 중 용광로 제1직장 규모만 제대로 돌아가는 정도”라며 “외화벌이기업소를 제외하고 북한에서 공장기업소의 가동율은 20%미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마저도 군수공장까지 포함시킨 것으로 일반공장기업소의 가동율만 따지면 처참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일이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그해 김책제철소를 현지지도하고 멈춰선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은 공장 복구에 150만 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공장지배인의 설명을 듣고 3백만 달러 지원을 현장에서 결재했다. 김정일은 지배인에게 “한번 잘 운영해서 3년후에 갚으라”고 지시했다.


지배인은 이 자금으로 시설을 복구, 국가계획을 초과하는 강철을 생산해 이를 재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일부 고장난 설비를 교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전(全) 공정의 설비가 노후화돼 생산성 회복은 어려웠다. 결국 투입 비용만 증발해 버렸다. 


3년 후에도 원금 상환이 없자, 중앙 및 도 검찰소가 합동으로 연합검열단이 조직돼 석달간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으나, 개인 비리 혐의를 찾지 못했다. 조사단도 이 지배인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공감할 정도였다고 한다.


북한의 대규모 공장기업소의 설비는 대체로 1940년대, 50년대에 갖춰진 것으로 생산품이 국제규격에 맞지 않거나, 정밀하지 못해 수출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공장 관계자들은 “공장기업소를 되살리는 일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로 새로 공장을 짓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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