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지원 절실한 김정은, 왕자루이와 나눈 말은?

김정은이 첫 외교무대 공식 데뷔를 방북중인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의 만남으로 장식한 것을 두고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일 장례→4월행사→주요 공식 직함 추대 과정을 마무리한 김정은이 이제는 중국에게 정식 ‘지도자’로 대우 받는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장거리 로켓 발사라는 강수를 둔 덕에 김정은은 집권 초기 중국의 전폭적인 경제지원도 얻지 못했다.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권력안정화 뿐 아니라 경제재건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도 중국과 관계증진이 절실하다. 최근 리영호 총참모장 숙청을 속전속결로 마무리 한 것에서도, 앞으로는 군(軍)보다는 당(黨)을 내세우는 ‘사회주의 상식’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중국에 보여주려는 의도가 읽혀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문제 전문가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김정은과 왕 부장의 만남에 대해 “대(代)를 이어 북중관계를 강화하자는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챙기고 싶어하는 것으로 ‘중국의 경제지원’과 이를 상징화 할 수 있는 ‘북중 정상회담’을 꼽았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중국과 협력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면서 김정은이 대외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음을 암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남북관계 개선, 미북관계 개선, 6자회담 재개 3단계 방안이 가동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또 “김정은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협력이 체제유지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성의 있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했을 것”이라면서 향후 후진타오 주석의 방북이나 김정은의 방중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일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왕 부장의 방북이 김정은의 중국 방문을 사전 조율하기 위한 과정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리명수 북한 인민보안부장은 지난달 24~28일간 베이징을 방문해 저우융캉(周永康)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멍젠주(孟建柱) 공안부장 등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리 부장이 과거 김일성· 김정일이 중국 방문길에 들렸던 장쑤성을 찾아 이 지역 당 비서를 만난 것이 특히 주목된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역시 “김정은이 왕 부장을 만나면서 북중간 강력한 유대관계를 재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리 부장 방중 직후 왕 부장이 평양을 찾은 것으로 볼 때 김정은의 방중 문제가 실질적으로 논의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두달 여 앞으로 다가온 중국공산당대회 일정으로 당분간 정상회담이 어렵지 않겠냐는 판단에 따라 왕 부장이 ‘땜질용’으로 방북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은 “중국 공산당의 전통상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후 주석이 평양을 방문하거나, 김정은을 중국으로 초대한 것은 일정상 부담이 많다”면서 “왕 부장의 방북은 당장은 후진타오나 시진핑과 만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 김정은에게 양해를 구하는 자리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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