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조선족학자 “北개혁개방 가능성 낮다”

북미관계가 정상화되고 체제안전에 대한 우려가 해소된다면 북한은 개혁개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까.

중국에서 한반도문제에 관한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김경일 베이징(北京)대 교수가 이러한 궁금증에 시사점을 던져주는 논문을 발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주목을 받고 있다.

23일 옌볜(延邊)대학에 따르면 김 교수는 지난달 19일 조선반도정세와 중조변계지역경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발표한 ’북한 변화의 현실과 전망’이라는 글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해빙되더라도 북한은 여전히 개혁개방보다는 체제수호를 우선시하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북한도 80년대 중반 외자유치 관련법을 내놓고 중국식 개혁과 같은 실험을 시도해봤지만 1990년을 전후로 한 사회주의권의 붕괴가 북한의 개혁개방 의지를 결정적으로 꺾어놓았다는 점을 꼽았다.

김 교수는 “북한 역시 80년대 중반 외자 개방 등 중국식 개혁을 시도해봤지만 사회주의권의 붕괴가 이런 의지를 꺾어놓았다”며 “북한은 이들 국가의 실패 원인을 바로 개혁과 개방을 통해 스스로 몰락을 자초했기 때문으로 보았다”며 “북한이 개혁과 개방이라는 개념 자체에 극도의 혐오감을 표시하는 근원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개혁개방 초기 조건과 관련, 중국도 사실상 경제가 붕괴 직전에 이른 상황에서 개혁개방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북한과 공통점이 있지만 중국이 문화대혁명 종식과 대미, 대일 관계 정상화 등 대내외 분위기가 풀리면서 개방을 한 반면 북한은 대외관계가 좀체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사회주의 원칙이 계속 강조되고 있는 것은 중국과는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이 2002년 시장경제 요소를 가미한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실시함으로써 개혁개방으로 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견해에도 그는 “하지만 그것은 그 한번으로 끝났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그 시기 ’실리사회주의’라는 개념을 내세워 새로운 이념의 변화를 보여주었지만 그것 역시 오늘에 와서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중국이 60년대 초반 자류지, 자유시장, 독립채산제와 도급제를 골자로 하는 ’3자1포’조치로 3년 자연재해를 이겨냈지만 추가적인 개혁조치가 나오지 못하고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 이를 자본주의로 규정해 폐지했던 것처럼 이와 유사한 조건에서 시작된 북한의 7.1 조치 언제든 폐지가 가능한 잠정적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만약 남한과 미국과 관계개선가 개선이 된다면 과연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수호와 개혁개방에 모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김 교수는 “남한과 미국과 관계가 정상화되는 것과 북한의 정권수호를 담보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못박았다. 따라서 관계개선 시점에서 북한의 개혁개방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길은 어찌 보면 남한, 미국, 일본과 관계개선을 이루면서 그 영향을 개성공단이나 라진.선봉과 같은 특구 안에 국한해두고 집단화와 계획경제라는 틀 속에서 경제회복과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라며 “굳이 예측을 한다면 북한은 역시 사회주의의 기본인 계획경제와 집단화를 주축으로 경제회복과 발전을 이루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이 ’되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장기적인 집단화와 계획경제에도 개인주의와 시장경제 개념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북한 사회 의식의 변화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불러오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체제수호라는 측면에서 의식의 변화는 불안정 요소임이 틀림없다”고 전망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