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의 다큐멘터리 전문 TV가 핵 실험 이후 외국 매체로는 처음으로 최근 북한의 곳곳을 누비며 근황을 앵글에 담았으나 제작진들은 “넘기 힘든 벽이 존재하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취재 소감을 털어놓았다.
상하이 다큐멘터리 TV 채널인 옌제(眼界)는 지난 5월 말 북한에 입국, 12일간의 촬영 끝에 북한의 근황을 담아 지난 20일부터 5부작 ‘직격(直擊) 조선’을 방영하고 있다.
이 촬영팀은 핵 실험 이후 북한 국가방송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방북한 최초의 외국 매체로 판문점과 개성, 공농(工農)적위대, 북한 당국이 지정한 가정집, 평양 교외의 326 전선공장,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교인 평양1중학교, 청산농장 등을 두루 촬영할 수 있었다. 특히 공농적위대 포병연대가 외국 매체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랜 촬영 기간과 광범위한 취재로 북한의 근황을 비교적 생생하게 찍을 수 있었을 법한 이번 취재에 대해 제작진들은 그러나 “지나친 촬영 통제와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말들로 진정한 민심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제작진은 취재 첫 날인 5월 30일부터 북한의 엄격한 통제의 벽에 부딪혀야 했다. ‘중조우의탑’으로 가는 길에 인부들이 도로를 수리하는 모습을 목격, 무심코 카메라를 들이댔으나 곧 동행했던 북한의 ‘통역’으로부터 삭제를 요구 받았다.
“땀 흘리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건강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지만 북한의 여성 통역은 “우리는 깨끗하지 않은 것을 외국인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제작진들은 취재 기간 북한인들이 꺼리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지만 앵무새 같은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 묻자 통역들은 “스스로를 지키고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기 위해 도리가 없다”고 답했고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을 경우 고통스럽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원래부터 자체적으로 양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두려울 것이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제작진이 재차 “단순히 밥만 먹는 문제가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얻어 부유한 생활을 하고 싶지는 않느냐”고 묻자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세상에 더 부러울 것이 뭐가 있겠느냐”고 ‘모범 답안’을 내놓았다.
제작진은 “6.1절 평양 대성산에서 촬영하던 때가 떠올랐다. 수천명에 달하는 5-6세 아이들이 똑같은 동작과 똑같은 웃음을 짓는 걸 보고 놀랐었는데 통역의 답변은 그때를 연상시켰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사상인 주체사상은 ‘사람을 중심에 놓고, 자신이 자기 운명의 주인’이라고 강조하는데 북한 주민들은 진정 스스로가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은 것일까”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김일성 주석이 부지를 정해줬다는 326 전선공장에는 김 주석이 앉았던 의자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졌다는 선반, 올해 김 위원장이 이 공장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등이 전시돼 있었는데 제작진은 “시끄러운 기계 소리가 아니었다면 미술관으로 착각할 뻔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월급을 묻는 질문에 직원들은 일제히 입을 닫았고 공장장이 대신 나서 “직원들을 고무시키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사상적 측면”이라고 둘러댔다.
보충 취재를 위해 인터뷰한 입사 1년차 여공은 “선배들의 영웅적인 모습을 떠올리며 열정을 기울이자 순식간에 기술력이 향상됐다”며 “150일 전투에서 임무를 250% 초과 달성했다”고 자랑했다. 제작진은 그녀에게서 ‘오래되지 않았던 시절 중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낯익은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정작 150일 전투와 강성대국이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 질문에 북한 주민들은 한결같이 모호한 답변만 늘어놨으며 통역은 결국 “구호일 뿐”이라고 대답했다고 제작진은 전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