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귀국 北노동자, ‘불효’ 비난 아랑곳 않고 장사에 돈 투자”



▲중국 랴오닝(遙寧)성 단둥(丹東)시에 위치한 삼천리식당과 평양고려관이 경영난을 맞아 영업을 중단했다. /사진=대북 소식통 제공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로 중국에서 귀국한 북한 여성 노동자들에 대해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나이가 있는 주민들은 “돈맛 보더니 부모형제 모르는 인색한 사람이 됐다”고 평가하는 반면 젊은 사람들은 대체로 “세상 이치를 깨달아왔다” “똑똑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 주민들의 관심사는 ‘선물 보따리’였다. 외화벌이 노동력으로 차출돼 돌아왔던 만큼 가족 및 친지에게 적지 않은 외화 및 선물을 챙겨왔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특이 일각에서는 “전망 좋은 돈주(신흥부유층) 처녀”로 부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기대와는 달리 ‘빈손’으로 귀국했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자,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자본주의 바람에 돈맛 보더니 부모형제도 모르는 인색한 사람이 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나이 든 주민들은 “중국에 갔던 여성노동자도 러시아, 쿠웨이트 등 해외로 파견돼 외화를 벌어온 사람들 같이 깍쟁이가 됐다”고 평가한다는 것.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생각이 다르다. 짧은 기간 힘들게 벌어들인 외화를 부모형제에게 그냥 드리지 않는 걸 두고 도덕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돈 가치를 시장에 활용하는 사고방식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수령 중심 집단조직에 충성하도록 세뇌된 기존 세대와 시장에서 개인중심 사고를 체득한 장마당 세대 간 가치관 충돌을 시사하고 있다.

사실 중국식 자본주의를 경험한 여성 노동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다. 이들은 외국에서 자본의 가치를 깨닫고 들어왔기 때문에 자금을 투자해 확충하는 것만이 생존하는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일례로, 평안남도 은산군에서 살던 한 20대 여성은 중국 체류 기간 한 푼도 쓰지 않고 3000달러를 벌어왔다고 한다. 부모형제에게 주지 않아 “도덕과 효도 모른다”고 욕을 많이 먹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소식통은 “이 여성은 이후 2000달러에 육박하는 50평 아파트 한 채를 구매하고 시장에서 공업품 장사를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면서 “이제는 대다수 주민들로부터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평안도에서는 주로 2014년부터 20대 여성 수백 명이 중국으로 파견됐다. 선발과정에는 가족에 교화소 수감자, 탈북민이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 높은 경쟁률로 뇌물이 필수적이었다. 보통 3년 기한으로 중국으로 파견된 여성들은 동북 3성(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을 중심으로 수산물포장, 의류업 등에 종사해왔다. 

중국기업 측에서 지급하는 월급은 500달러지만 당(黨) 자금 명목으로 차감돼 200달러 정도 받는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의 거듭되는 핵·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북제재로 중국 주재 북한 식당들은 경영난에 직면했고, 중국 내 기업에서 일을 하던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대거 귀국하게 됐다.

설송아 기자
북한 경제 IT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