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방문한 탈북자 ‘行不’ 사례 증가…北납치 추정

“엄마 데리러 중국에 간 아빠가 연락이 두절됐어요. 몇 개월째 연락을 기다리고 있지만 소식이…”


김선희(가명, 고등학생) 씨는 최근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올초 어렵사리 연락이 된 엄마를 데리러 중국에 간 어버지가 몇개월째 소식이 없기 때문이다. 김 씨의 아버지는 지난해 엄마의 탈북을 위해 갖은 일을 하면서 탈북 비용을 모았다. 김 씨는 가족이 다 모인다는 것에 너무나도 기뻤지만 아버지와 연락이 두절돼 지옥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에 대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및 관계 기관의 탈북자 납치 공작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탈북자 사회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가족의 탈북을 돕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탈북자 상당수가 연락이 두절되거나 행방불명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자 A씨는 1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잘 알고 지내던 탈북자 여성이 최근 가족을 데리러 간다면서 중국으로 간 후 연락이 끊긴 언니를 찾고 있지만 3개월 넘게 연락이 없다”면서 “그는 여러 곳에 전화도 하고 소식을 알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느라 회사출근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언니는 가족을 직접 데리러 두만강변에 가서 변을 당한 것”이라면서 “주변 탈북자들도 이러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 보위부가 언니를 납치해간 것 같다”고 말했다.


탈북자 B씨도 최근 “북한에 있는 가족이 어머니를 국경지역으로 보내겠다며 남은 믿을 수 없으니 직접 국경에 나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위험할 것으로 판단해 탈북 브로커에게 부탁했는데 약속 당일 두만강변에서 어머니를 만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B씨는 이후 어머니 행방에 대해 알아본 결과 집에도 없고 연락이 두절됐다는 말을 들었다며 북한에서 탈북자가 있는 가족들을 관리 감시하는 보위부에 끌려 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B씨는 이 일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며칠 동안 회사출근을 하지 못했다.


그는 “탈북자를 협박 회유하는 북한 보위당국의 술책이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이 아니고 아주 심해지고 있다”면서 “북한에 가족을 둔 탈북자들은 안전을 위해 신변안전담당관과 사전에 꼭 상의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가족을 둔 남한 정착 탈북자들의 행방불명 사례는 잘 알려지지 않아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다수의 탈북자들에 의하면, 최근 북한의 납치 공작이 심해지면서 갈수록 피해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행불된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북한의 가족과 전화통화를 한 후 중국으로 갔으며 이후 연락이 끊겼다.


특히 지난해 6월 재입북한 박정숙 씨와 김광혁-고정남 부부 등도 자발적인 행동이 아닌 북한의 협박·회유에 못이긴 가족들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재입북했다고 탈북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경찰관계자는 “이런 일을 사전에 방지하려면 탈북자들이 경찰관들을 믿고 담당형사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북한에서 보안원들에게 감시, 통제, 단속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던 탈북자들이 경찰을 믿지 않는 경향이 있을 수 있으나 자신의 판단력이 흐려져 신변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동, 여행의 자유가 있는 한국에서 재입북의 유일한 루트인 중국행을 사실상 통제하기 어렵다”면서 “때문에 탈북자들이 안전을 책임진 경찰관들과 항상 연계를 가지고 특히 북한과 접경지역인 중국으로 출국하게 되는 경우에는 경찰에 이야기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탈북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 경비와 탈북자 처벌을 강화하면서도 북한에 있는 탈북자 가족들을 활용한 재입북 공작을 노골화하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탈북자 가족을 활용한 협박 회유로 탈북자들을 재입북시켜 체제 선전에 이용하는 한편, 북한에 가족이 있는 남한 정착 탈북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심리전을 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데일리NK는 8일 북한 당국이 탈북자 체포 활동을 강화할 목적으로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정찰총국 전투요원들을 최근 중국에 파견했다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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