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랴오닝 훙샹(Liaoning Hongxiang)’ 그룹이 북한에 핵개발로 전용될 수 있는 물질 등을 수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컨더리 보이콧’을 비롯해 대북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나선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리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에 전념해야 한다”면서도 “한반도 비핵화의 해결책을 위해 대화와 협상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할 뿐 대북 제재와 관련한 언급은 삼갔다. 특히 19분가량 이어진 연설 중 북한 문제와 관련한 언급 시간은 20초에도 미치지 않았다.
이는 지난 1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조치에 찬성한다고 밝힌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당시 리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양국의 사법채널을 통해 대북제재와 관련해 협력할 것임을 시사해 중국의 대북 압박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공조가 강화됐다는 평가에도 불구, 추가 제재 방안을 두고 미국과 중국 간의 줄다리기는 더욱 팽팽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의 루프홀(loophole·구멍)을 막아야 한다는 데는 국제사회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지만, 그 방안으로 세컨더리 보이콧 등 이른바 ‘대중(對中) 압박’이 거론되는 데는 미중 간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기 때문이다.
리 총리의 발언에 앞서 벤 로즈 미국 백악관(NSC) 부보좌관은 20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중국은 다양한 물자와 기술의 대북수출 차단을 촉구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로즈 부보좌관은 특히 “우리는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원하며, 추가 제재를 초래하는 북한의 이런 도발 사이클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싶다”면서 중국이 추가 대북제재 조치에 적극 동참할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존 울프스탈 NSC 군축·핵비확산 담당 선임국장도 21일(현지시간) 동아시아재단과 윌슨센터가 워싱턴DC에서 공동주최한 ‘제4회 한미대화’ 기조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을 지원하거나 조금이라도 관련된 물질을 수출했다면, 그것이 연필 한 자루든 금 1온스(28.35g)든 또는 석탄 한 척 분량이든 그 양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울프스탈 국장은 이어 “인도적 목적의 물질이라는 것이 확실히 증명되지 않는 한 대북 수출은 금지된다”면서 안보리 결의 내용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