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북한 라진항 놓고 과거부터 각축전

북한 동해안의 중요 항구로 꼽히는 라진항을 둘러싼 중국과 러시아 양국의 각축전이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이다.

북중 양국은 작년 11월말 라진항과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철도구간 및 라진항 개보수에 합의한 데 이어 최근 이 프로젝트를 담당할 합영회사 설립을 위한 구체적 실무절차에 돌입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다.

북한은 러시아철도주식회사와 합영회사 설립계약을 위해 4월 중 김용삼 철도상을 러시아에 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라진항의 운영권은 러시아로 돌아가게 됐다.

이에 따라 그간 동해로 나가는 출로 확보 차원에서 라진항 개발에 공을 들였던 중국이 상당히 다급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중국은 2005년 9월 훈춘(琿春)시의 한 회사가 라선시인민위원회와 계약을 체결하고 훈춘 취안허(圈河)에서 북한 원정리를 거쳐 라진항까지 연결되는 도로 67㎞를 건설해주는 조건으로 라진항 3호 부두와 앞으로 건설된 4호 부두에 대한 사용권을 50년 간 갖기로 합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50대 50의 비율로 조선라선국제물류합영회사를 설립, 외자유치를 통한 도로 및 항만 개발을 추진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라진항 개발권이 러시아에 돌아감으로써 그간 라진항 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던 중국으로서는 상당히 당혹스런 입장에 처하게 된 셈이다.

라진항을 둘러싼 두 나라의 경쟁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었다.

라진항은 1973년 구 소련의 지원으로부터 기중기와 항만시설을 지원받아 개항된 국제무역항으로 1984년에는 연간 400만t의 화물처리 능력을 갖추게 됐다.

구 소련은 라진항을 통해 당시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던 베트남에 전략물자를 수송하기도 했으며 1977년에는 나진항 2, 3호 부두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용권을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이 1990년 9월 라선경제특구를 창설하면서 구 소련이 갔고 있던 독점적 사용권은 사라졌다.

이런 가운데 북중 양국은 2000년 이후 수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TSR(시베리아횡단철도)과 TKR한반도종단철도) 연결에 대한 논의를 벌여 합의를 도출했다.

당시 두 정상의 합의 내용에 라진항 개발이 자연스럽게 포함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 조선라선국제물류회사 창설에 관여했던 중국측 한 관계자는 24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우리가 계약을 맺기에 앞서 양국이 이미 라진항 개발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는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북러 양국의 국경에 걸려 두만강을 통해 동해로 나갈 수 있는 출로가 봉쇄됐던 중국도 라진항 사용권을 지속적으로 북한에 요구해왔다.

후야오방(胡曜邦) 중국 전 국가주석도 직접 김일성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라진항 사용권을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로 중국에는 사활적인 이해가 걸린 문제였다.

하지만 북한은 러시아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라진항의 화물처리 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른 점을 감안, 라진항 대신 청진항의 사용권을 주겠다고 중국에 제시했다.

중국도 한발 물러서 청진항 사용권을 얻는 대신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신의주-선양(瀋陽) 철도구간을 경유한 시베리아철도 이용한도를 늘려주기로 합의했다.

현재 중국측 사업자들은 여전히 라진항 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취안허-라진항연결도로 건설을 추진했던 옌볜(延邊)의 한 무역회사 관계자는 “조러 간의 구체적 합의사항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사업은 계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라진항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됨에 따라 북중 양국이 이전에 체결한 계약의 해석을 둘러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북중 양국이 작년 9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북중 경제무역과학기술협조위원회에서 ‘훈춘-라선 일체화 계획’을 경협의제로 상정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이 라진항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완전히 봉쇄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번에 북한이 러시아에 개보수를 위임한 라진항 부두는 3호 부두로 북한이 건설을 추진 중인 4호 부두의 개발권은 아직 주인이 확실히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