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새학기를 시작한 중국 동북지역 대학들에 북한 유학생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김정일이 올해만 2차례나 중국을 방문하며 북중경제협력 강화를 추진했던 것에 대한 후속조치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한 대북소식통은 10일 “9월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중국 대학들의 어학연수 과정에 등록하는 북한 유학생이 크게 늘었다”면서 “랴오닝성(遼寧省) L 대학의 경우 이번 학기에 등록한 북한 유학생은 총 12명으로 지난 1학기에 비해 두배나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당국은 중국과의 경협 확대를 대비해 앞으로 중국 유학생 규모를 점차 늘려간다는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런 기조에 따라 가을학기부터 북한 유학생들이 크게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북지역에서 북한 유학생들이 입학한 대학은 랴오닝성의 L대학, 지린(吉林)성의 Y대학, 헤이룽장(黑龍江)성의 H대학 등이다. 이들은 주로 대학 부설 어학원에 개설되는 외국인 전용 중국어 연수 과정에 등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각 대학 부설 어학원 뿐 아니라 사설학원 등록자 숫자까지 합하면 동북 3성에서만 중국어 공부만을 목적으로 체류하는 북한 학생들의 규모가 최소 200명은 넘을 것”이라며 “이는 지난 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라고 말했다.
한국 교민을 주로 상대하는 사설 중국어학원이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선양(瀋陽)시 시타(西塔) 거리에서도 최근 북한 유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 현지 교민들의 설명이다.
시타거리에서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교민 A씨는 “그동안 선양에 체류하던 북한 사람들은 대부분 무역이나 식당 운영을 위해 파견 나왔던 사람들이었지만, 최근에는 중국어 공부를 목적으로 유학온 젊은이들이 늘었다”면서 “한국 교민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조차 북한 유학생들이 자주 목격된다”고 전했다.
중국의 북한 유학생들은 대부분 당기관이나 외화벌이 단위의 간부 자제들이다. 연령대는 19~23세 정도로 외국어학원(중학교과정)을 졸업했거나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외국어대학 등을 다니다가 중국에 나온 경우가 많다.
북한 당국은 중국 체류 북한 주민들의 해외 망명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중국 체류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유지하고 있다.
우선 가족단위의 동반 체류는 불가능하다. 유학생들 역시 대부분 홀로 중국에 나와야 한다. 외화벌이나 대사관 업무를 위해 중국에 파견나 온 부모를 따라 중국에 나오는 경우도 간혹 있으나, 이럴 경우 반드시 부모 중 한사람은 평양에 머물러야 한다. 일종의 ‘인질’인 셈이다.
이들 유학생은 주심양 북한대사관 등의 지시에 따라 지도원의 철저한 통제에 따르고 있다. 개인적인 행동은 불가능하며 늘 다른 유학생과 ‘소조’를 이루어 집단생활을 해야한다.
‘잘나가는 부모’를 둔 덕에 이들의 생활여건은 오히려 한국 유학생들의 평균치를 웃돌고 있다는 말도 있다.
베이징, 상하이 등의 북한 유학생들은 대부분 북한과 중국간 교류사업의 일환으로 해당학교에서 등록금을 면제받고 생활비를 보조받는 ‘공비(公費) 유학생’인데 반해, 동북지역 유학생들은 모두가 사비(私費) 유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씀씀이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L대학의 경우 한 학기 수업료에 입학 전형료까지 포함하면 8천위안(한화 약 140만원)이 넘는다. 북한 유학생들은 교내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으니 체류비용과 용돈까지 합치면 6개월 기준으로 한화 4~5백만원은 족히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대학 어학원에 다니고 있는 교민 박 모씨는 “북한 유학생들의 옷차림이나 외모를 보면 우리(한국) 유학생들보다 훨씬 나은 경우가 많다”면서 “솔직히 그들에게 ‘북한이 경제가 어렵다는데 맞냐’는 말한마디 던지기가 어색할 정도”라고 말했다.
박 씨는 “북한 유학생들은 대부분 중국 현지인들도 선듯 구입하지 못하는 고가의 한국 브랜드 휴대폰(삼성, LG 등)을 갖고 다닌다”면서 “이번 학기에는 북한 학생들 사이에 ‘전자사전’ 바람이 불었는데, 모두가 한국제 ‘누리안’ 제품을 들고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8월 중국 유학생 80여 명이 김일성종합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평양에 도착했다.
이 소식통은 “이들 대부분은 17~19살 정도로, 부모가 북한과 무역을 하는 사람들”이라면서 “중국 학생들은 북한 시장에 함부로 나갈 수 없으며, 북한 학생들과 이야기도 할 수 없고, 인터넷도 북한 사이트만 접속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