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北에 430억 투자했다 계약파기 쫓겨나”

중국 기업이 북한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한 푼도 건지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당하고 쫓겨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랴오닝(遼寧)성에 본사를 둔 시양그룹(西洋集團)은 최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와 블로그 등에 올린 ‘시양그룹 북한 투자의 악몽’이라는 글을 통해 북한에 2억4천만 위안(약 430억 상당)을 투자했지만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로 쫓겨났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글에 따르면 시양그룹은 2006년 10월 북한의 영봉(嶺峰)회사와 공동으로 양펑(洋峰)합영회사를 세웠다. 양펑합영은 철 함유량이 14%에 불과해 제철소 공급이 어려운 옹진철광의 철광석을 가공해 함유량 60% 이상의 고급품으로 만드는 선광 공장이다.


시양그룹이 설비와 자금을 대고, 영봉회사는 토지와 광산을 현물로 출자해 각각 75%와 25%로 지분을 나누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전력과 용수, 도로 등 기반시설이 전무한 상황에서 2008년 북한이 계약 당시와 달리 자원세를 25%로 대폭 인상하자 시양그룹은 철수 의사를 밝혔다. 이에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의로 ‘당초 계약대로 조건을 이행한다’는 53호 문건을 내밀며 철수를 만류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양그룹은 지난해 4월 공장건설을 완료하고 철광석 채취와 선광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제품이 생산되면서 북한 측의 생떼는 다시 시작됐다.


3개월여에 걸친 조업 끝에 철 함유량이 67%에 이르는 고급 분광 3만t을 생산하자 북측의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북·중 근로자 동일임금, 토지 임대료 및 공업용수 사용료, 오·폐수 배출 금지 등 16개 항의 새로운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시양그룹이 이를 거부하자 계약을 파기했다.


시양그룹은 생산시설 보호를 위해 100여명의 직원 중 10명을 현지에 남겼지만, 북한은 단수, 단전, 통신차단 등의 조치와 더불어 중국인 직원의 외출도 금지했고 결국 이들을 모두 추방했다.


지난해 10월에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이 직접 나서 북한 당국과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실패했고, 올 3월 현장에 남아있던 직원마저 북한 무장경찰과 보안요원에 의해 추방당한 것이다.


시양그룹은 “중국 기술자 없이 북한 근로자만으로도 분광을 생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당초 북측이 부담하기로 한 부분까지 떠안기면서 우리를 쫓아냈다”고 주장했다.


시양그룹은 근로자 숙소 등 기반시설과 공장건설 등에 투자한 돈이 2억4천만 위안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합작 파트너인 영봉연합회사 책임자인 이성규에게 합영회사 설립 수속비, 접대비, 출장 경비 등의 명목으로 80만 달러(약 9억원)을 뜯겼다고 덧붙였다.


또 영봉회사 측 대표단의 방중 당시에는 호텔비와 식비, 교통비, 술값 등을 모두 부담해야 했고, 성매매 비용과 안마비, 노트북, 휴대전화, 술, 담배 등 귀국 선물비용도 대야 했다고 밝혔다.


시양그룹은 비료, 철강, 마그네사이트 가공 등의 계열사 20여 개를 가진 랴오닝성의 대기업이다. 2009년 기준 매출 규모는 190억 위안(약 3조4000억 원)으로 창업주인 저우푸런(周福仁·61) 회장은 중국 500대 부호 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 같은 사연이 오른 해당 사이트에는 북한을 성토하는 글에서부터 북한 투자를 경계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어 중국 내 북한 투자 기피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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