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 한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전방위 유화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소 내각 출범 이후 중단됐던 북일간 대화도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외교가를 중심으로는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鳩山由紀夫) 등 일본 정권 수뇌부의 방북설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일간 대화 재개를 위한 물밑 접촉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0년 북한의 최대 목표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이기 때문에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북한은 올해 중국과의 굳건한 동맹을 확인하면서 한국, 미국과는 전향적으로 관계 개선에 나서겠지만, 일본·러시아와는 현상 유지만을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케사다 히데시(武貞秀士.사진) 일본 방위성 산하 방위연구소 주임연구원은 14일 데일리NK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은 미일 관계가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미북관계가 개선돼도 일본이 미국에 불만을 표출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일본과의 관계가 올해 북한의 대외관계에 큰 변수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도 일본과의 대화가 전무한 상태에서 미북 연락사무소 개설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일본인 납치 사건에 대한 설명을 수정하거나, 납치 사건 재조사 등의 성의는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2010년 북한의 외교 전략은 한마디로 국제사회와 대화에 나서는 척하면서 시간을 버는 ‘미소외교(微笑外交. 겉으로 친선을 도모하는 듯이 꾸며 상대국으로부터 이권을 얻으려는 정치적 계책)’라고 볼 수 있다”며 “대화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면서도 평화협정 체결이나 이명박 정부 비판, 주한미군 철수 등 기존의 원칙론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케사다 연구원은 또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중간 공조가 필수적이지만, 양국의 이해관계에 큰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협조 체제를 이루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면서까지 핵폐기를 강요할 가능성은 없다”며 “중국으로써는 연간 100만톤 정도의 원유를 북한에 공급하고 우호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인데다 미국과 함께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가해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확신도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이 중국을 대상으로 하지 않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의 입장에서도 미국과 공동으로 북한에 대해 ‘강온 양면책’의 채찍을 휘두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올 한해 북한 체제의 안정성과 관련 김일성·김정일 일가에 대한 북한 권력층의 충성도가 높은 한 체제 붕괴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김일성·김정일 패밀리의 내구력은 1994년 핵위기 때도 증명됐다”며 “북한에서 권력과 군사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김정일과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에 불만 집단이 아니다. 따라서 아직은 북한에서 체제 붕괴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케사다 연구원은 또한 김정일이 올해 중국을 방문한다면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기념해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의 관계를 확인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일은 최근에 미국과 중국간 대화의 기회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경계하고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국교 60주년을 기념해 북중동맹을 재확인했다면 올해는 한국전쟁에서 함께 싸운 입술과 이의 관계를 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