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冬 추위에 런닝셔츠?…평양 간부들의 ‘호사’

며칠째 서울 날씨가 영하로 곤두박질 치고 있다. 그러나 이정도 기온은 북한에서는 ‘겨울’ 축에도 못낀다.


20일 북한 지역의 기온을 살펴보면 백두산 -26도, 혜산 -24도, 강계 -20도, 신의주 -13도, 평성 -12도, 평양시 -11도 순이다. 


북한은 함남도 이북지역과 평안도와 강원도지역의 기온차가 심하다. 그런데다  난방 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아 북한 주민들에게 겨울은 여름철 굶주림 보다 더 혹독하다.


북한에는 여러 가지 난방형태가 있다. 정부에서 실시하는 평양시 일부지역에서는 중앙 난방제가 있으나, 공장 기업소나 학교를 비롯한 공동 단위들에서  자체 난방을 많이 한다. 주로 화력으로 보일러를 가동하는 온수 난방형태다.


평양의 일부 최신 아파트들은 온수가 방바닥을 도는 구조지만, 그외 대부분 주택들은 고체연료를 태워 공기로 방바닥에 열을 전하는 온돌식 난방구조다. 여기에 사용하는 고체연료는 사람들의 형편에 따라 지방의 특색에 따라 차이가 많다.


평양시는 1980년대 이후부터 중앙난방제가 도입된 현대아파트들이 건설되었지만 실제 90년대 이후부터는 일부 중앙기관들과 특수기관들, 군수품을 생산하는 제2경제 산하 공장들에만 중앙난방이 공급됐다.


평양에서도 일반 주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들에는 난방이 공급되지 않아 난로나 페치카를 놓고 석탄이나 톱밥, 나무 등을 이용해 난방을 하고 음식도 끓인다.


2002. 7.1 경제 조치 후 북한은 공장, 기업소 등 모든 부문들에 자체로 난방 연료들을 준비해 난방문제를 해결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연료 부족으로 멎어버린 중앙난방이나 단위별 난방을 자체해결이란 지침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평양시 통일거리나 문수거리 등  고층 주택들에 살고 있는 평양시내 조차 겨울이 닥쳐오면 집안에서 동장군과 싸워야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 평양시 외곽에 위치한 대성산을 비롯한 야산들에는 주말마다 땔감을 주으려 나온 주민들로 붐볐다. 북한이 자랑하는 평양시내 초호화(?) 지하철에는 새끼줄로 묶은 나무 가지들을 등에 멘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겨울이 오면 평양 낙랑구역 통일거리 2~30층 짜리 아파트 주민들 강원도 산골의 농민들을 부러워 하는 처지가 된다. 시골에서는 산에 가서 썩은 나뭇잎이라도 주워다 땔수 있지만 평양에서는 그 마저 귀하기 때문이다.


평양 고층 아파트에서는 비닐이 없으면 겨울을 날 수 없다. 창문을 모두 비닐로 막는 것도 모자라 집 안에 비닐을 또 치고 그안에 들어가 잠을 자야한다. 한국 사람들이 침대위에 모기장을 치고 자는 것처럼 평양사람들은 비닐을 치고 한겨울을 보내는 것이다.


요즘에 좀 산다는 사람들은 연탄 난로를 집에 들여 놓고 구멍탄을 빚어 구멍탄을 땐다. 황해도, 평안남도, 강원도 도시사람들도 연탄 난로를 많이 쓴다.


그러나 함경도와 양강도, 자강도 지방 도시들에서는 구멍탄을 때지 않고 그냥 나무로 불을 피워 그 위에 갈탄을 올려놓고 밥도 끓이고 방도 덥힌다. 이들은 평안도 이남지역 사람들과 달리 방안을 덥히든가 음식을 끓여먹을 때마다 나무로 불을 살리고  그 위에 석탄을 올리는 방법으로 불을 때기 때문에 번거롭기 그지없다.


농촌주민들의 난방은 어느 지역이나 비슷하다. 주로 나무나 볏단, 잔가지, 벼짚 등 닥치는 대로 땔감이 된다. 특히 평안도와 황해도를 비롯한 평지대 농촌에서는 산이 얼마 없는데다 사람들마다 잔나무가지를 챙기므로 사계절 짬짬이 땔감을 마련하지 못하면 겨울에 큰 고생을 한다.


하지만 산림보호원들이 나무를 함부로 베어가면 산림보호법을 어긴 죄로 몰아 벌금을 물리므로 산간 지역에서 사는 주민들도 갈 수록 땔감 구하기가 여려워지고 있다.


농촌 주택은 외풍(外風)이 심하기 때문에 창문이나 출입문에 비닐로 막지 않으면 안된다.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겨울이면 김장준비와 동시에 집집마다 비닐로 방풍작업을 하는 것이 큰 행사가 된다.


우선 1.5㎝ 폭으로 종이를 오려 창문유리와 창문틀 사이를 가릴 수 있게 붙여준다. 다음 창 하나만 놔두고 나머지 창문을 겨울 내 열지 못하게 고정시킨 다음 바람이 들어갈 수 있는 틈에  3㎝ 너비로 오린 종이를 또 붙여준다.


그리고 다시 두겹으로 접은 비닐로 창문 전체를 막아준다. 이 정도는 되어야 겨울나이 준비가 대충 됐다고 말한다. 여기에 땔감까지 갖춰야 제대로 된 겨울나기 준비가 끝난다.


90년대 이후 주민들에게는 비닐을 마련하는 일도 근심거리가 됐다. 초가을 부터 시장에는 중국산 비닐이 팔리기 시작하지만 그 돈이 만만치 않다. 농촌 주민들은 농장에서 쓰는 모판 바람막이용 비닐을 훔쳐다 사용하기도 한다.


나무가 비교적 흔하다고 평가되는 양강도 혜산시장에서는 화폐교환 후 통나무 1입방미터 새화폐 60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보통 겨울 한철을 나려면 최소한 나무 3입방미터 정도는 있어야 밥이라도 해먹고 살텐데 만만치 않은 돈이다.


물론 난방문제에 있어서도 특권층이 있다. 수도 평양의 정부청사들과 간부사택들을 포함한 일부 특급기관들에서는 중앙난방이 빵빵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태어났다는 15호관저와 중앙당 청사, 호위사령부 산하 군부대, 노동신문사 등 중앙기관들과 사택들이 위치해 있는 평양시 중구역 중성동 일대만은 정상적인 중앙난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삼동 추위에 창문까지 열어놓고 런닝셔츠 바람으로 ‘더위’와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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