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1만시대> ④’진화’ 필요한 지원제도

탈북 입국자에 대한 지원정책은 아직도 ‘취약계층 지원’을 크게 넘어서지 못해 ‘진화(進化)’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늘어나는 탈북자 지원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탈북자들은 재외 탈북자 입국이나 국내 정착 지원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탈북자들을 또 다른 사회 갈등의 씨앗이 아닌 통일과정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통일 국민’으로 만드는 것과 함께 대량 탈북사태에 대한 비상대책 마련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진화가 필요한 새터민 지원제도 = 탈북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제도가 수차례 변화를 겪으며 보완돼 왔지만 그들이 느끼는 ‘체감온기’는 싸늘하기만 하다.

정부는 2005년부터 탈북 입국자들에 대해 정책방향을 ‘보호’에서 ‘자립과 자활’에 초점을 맞춰 입국 초기 기본생활 지원을 위한 ‘정착기본금’과 직업훈련, 장기 취업 등 자립의지에 따른 ‘정착 장려금’으로 나눠 지원금을 주고 있다.

이런 제도 변화는 탈북자들이 지원제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남한 사회에서 홀로 서는 방법을 배우고 정착 기반을 닦는데 무게 중심을 둔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이로 인해 실질적인 지원금 수령액이 줄고 남한 정착의 첫걸음인 일자리 구하기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지원제도에 대한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가 지난해 탈북자 28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탈북자들이 ‘취업 능력 부족'(35.8%)을 비롯해 대인관계 능력부족(19.7%), 고향과 가족에 대한 걱정(15.8%), 경제적 어려움(14.3%), 남한 주민의 무시나 편견(10.0%) 등의 순으로 어려움을 꼽은 것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 지원단체 한 간부는 “정부는 형식적인 지원보다 사회주의에서 살아온 특수성을 고려한 직업교육과 직무개발을 통한 취업 지원이 가장 절실한 실정”이라며 “북한 출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창업 지원 등을 확대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새터민 1만명 시대를 맞아 과거 일방적인 보호형 직접지원에서 자활을 유도하는 간접지원으로 정책을 전환해가고 있다”며 “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새터민의 특성과 취향에 맞는 직업교육과 취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갈등의 씨앗’ 아닌 ‘통일의 가교’로 = 탈북자들은 우리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되느냐 ‘통일의 가교’가 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부적응으로 인해 계속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탈북자들은 사회의 취약계층으로 전락해 지원에 대한 고마움보다 원망을 키워가며 새로운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또 북한 이탈 동기가 북한 체제 반대냐 배고픔이냐를 막론하고 대체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에 대한 강한 혐오감을 갖고 있어 남한 사회의 이념적 대립구도에 쉽게 빨려들어가고 있다.

탈북자 일부는 현실 정치에 참여, 집단적 목소리를 내기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어 탈북자 전체 권익에 대한 타격이나 이념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북한인권 전문가는 “탈북자도 정치에 참여할 권리는 있지만 가뜩이나 보혁간 편가르기가 심한 대선국면에 집단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정치권에 악용돼 원하지 않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탈북 이주민들에게 북한 바로 이해하기나 평화통일 교육을 담당하게 하는 등 통일과정에서 가교역할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농업이나 과학기술 등 전문직 출신의 경우는 정부기관이나 연구기관에서 통일을 대비한 일을 하도록 하는 것도 바람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량탈북 대비책 마련돼야 = 늘어나는 탈북자 지원비용에 대한 대책과 탈북자 급증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해봉 의원은 2001∼2005년 국내입국 탈북자 5천585명에게 지원된 정착지원금은 총 2천287억원(1인당 4천100만원)이 들었다며 이를 단순 계산하면 탈북자 10만명 지원시는 2005년 정부 일반회계예산의 3%에 해당하는 4조1천억원의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단기간 대규모 탈북자 발생은 국가적 부담을 초래하고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에도 장애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2003∼2005년 독일대사를 지낸 권영민 제주평화연구원 부원장도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나 식량난 가중 등으로 대량 탈북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그런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비상계획은 물론 탈북자 수용시설도 늘리는 등 착실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독에서 동독 이주민을 받아들인 것처럼 정부 시설만 생각하지 말고 군부대, 학교, 교회 등 다양한 사회복지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이나 평소 탈북자들에게 새 선택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줄 수 있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