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北韓> ③외교가 사라진 대외관계

“악의적 무시에는 악의적 도발로 맞선다.”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대외정책은 갈수록 모험주의적 도발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국제사회를 향 막말과 위협, 군사행위만 있을 뿐 북한의 외교는 실종상태다.

김정일 체제를 ‘악의 축’으로 간주하면서 체제 전환에 초점을 맞춰 금융제재 등 다양한 압박정책을 펴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악의적 무시’ 전략에 북한은 ‘이판사판’의 각오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국제적 냉전체제 붕괴 이후에도 미국의 압박 속에서 수세적 대외정책을 유지해야만 했던 북한은 김정일 체제가 공식 출범한 이듬해인 1999년 9월 대북화해를 축으로 하는 한.미.일의 접근법이 담긴 ‘페리 프로세스’가 나오면서 적극적인 외교 행보에 나섰다.

아울러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같은 해 10월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잇따르면서 북한 외교는 자신감이 붙었다.

대미.대일 외교에 주력하는 한편 이탈리아 등 10여개 서방국가와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등 북한 스스로 이같은 전방위 외교가 본격 시작된 2000년을 `자주외교의 위대한 승리의 해’라고 규정했을 정도다.

북한은 부시 1기 행정부 출범 직후에도 미국의 대북정책을 지켜보면서 조심스런 행보를 유지했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자 애도의 뜻과 함께 테러지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즉각 밝히고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대해 한동안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북한을 적이 아닌 ‘평화를 위해 공존할 수 있고 화해.협력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정한 당시의 외부환경은 북한에 자신감을 불어놓고 공격적으로 외교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 셈이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2002년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북한은 또다시 ‘벼랑끝 전술’에 의지한 채 무모한 경향을 드러내고 대외정책 전반은 ‘수세’로 바뀌기 시작했다.

2002년 10월 2차 핵위기가 불거지자 이듬해 1월 ‘정부 성명’을 통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고, 작년 1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이 나오자 ‘2.10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를 전격 선언하고 폐연료봉 추가 인출 시도 등 위기지수를 높이는 데 매달렸다.

그후 중국의 중재로 막혔던 북.미간 의사통로가 열리면서 북한은 6자회담에 적극성을 보이고 9.19공동성명에 일조했으나 이같은 행보는 오래가지 않았다.

작년 5차 6자회담 직후 미국이 북한의 위폐문제를 내세워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자금을 동결하면서 북한은 다시 돌변했다.

금융제재를 풀기 전에는 회담에 나오지 않겠다며 군사적 억제력 대응을 운운했지만 미국이 꿈쩍도 하지 않자 ‘막다른 골목의 쥐가 고양이를 문다’는 식으로 급기야 미사일 발사라는 극단적인 도발행위로 ‘화답’한 것.

미사일 발사 직후에는 외무성 담화를 통해 대북 제재가 강행될 경우 “보다 강경한 물리적 행동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발사 이틀 뒤인 7일 이창주 국제한민족재단 상임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압살정책을 계속한다면 위력적인 (대포동) 2단계 실험이 실시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유엔 안보리 표결을 앞두고 절대적 우방이자 후원국인 중국이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 등 대표단을 평양에 보내 회담 복귀를 설득했지만 북한은 BDA 은행의 자금동결을 풀어야만 한다며 요지부동이고 김정일 위원장은 대표단을 만나지도 않는 등 ‘고립 외교’를 자초하고 있는 모습이다.

유엔 안보리가 16일 미사일 발사 중지를 촉구한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자 북한 외무성은 즉각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 자위적 전쟁 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 도발적 자세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의 압박정책이 지속되는 속에서 중국이 김정일 체제 붕괴정책으로 가지 않는 한, 그리고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이 불가능하다고 인식하는 한 국제사회의 이목과 고립에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이판사판식 외교정책을 고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고립과 경제제재에 ‘면역’이 생길대로 생긴 데다 그동안 위기지수를 극대화시키는 벼랑 끝 전술로 자신들의 이익을 얻는데 재미를 톡톡히 본 만큼 도발적 행보만이 탈출구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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