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핵보유’ 자신감, 체제강화

“강성대국의 여명(黎明)이 밝아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 7월 미사일 시험 발사와 10월 핵실험 후 ‘강성대국의 여명’이라는 말을 매우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6월 “지금 우리 나라에 강성대국의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조선중앙방송은 2006년을 결산하면서 “선군혁명 총진군을 다그쳐 강성대국의 휘황한 여명을 맞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북미 대립 속에서 핵무기 보유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가운데 이를 토대로 한 새로운 발전과 비약을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 북한에서는 의미 있는 정치행사들이 잇따라 개최된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칭하는 김정일 위원장의 65회 생일(2.16)과 김일성 주석의 95회 생일(4.15) 그리고 북한군 창건 75주년(4.25)이 바로 그것이다.

북한은 5, 10주년은 ‘꺾어지는 해’라고 하여 성대하게 기념하고 있다. 지난 2002년 김일성 90회, 김정일 60회 생일 당시 중앙보고대회를 비롯해 다채로운 기념행사들을 개최했으며 북한군 창건 70주년을 맞아서는 ‘노농적위대’ 열병식과 시가 행진을 벌였다.

특히 내년의 경우 핵실험에 따른 자신감의 표시로 행사 열기가 한층 뜨거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특별한 이벤트성 행사가 진행될지도 주목된다.

게다가 지난 10월 열려다 수해로 취소된 아리랑 공연도 4월에 개막돼 분위기 조성에 한 몫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연초부터 북한에서는 생일행사와 군 창건일을 성과적으로 맞이할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전개되면서 체제 결속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을 거친 후 1999년 강성대국(사상.군사.경제) 건설을 제시했으며 2000년에는 사상.총대.과학기술을 강성대국 건설의 ‘3대 기둥’으로 설정, 경제대국 건설에 강한 집념을 나타냈다.

2000년 이후 한 해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의 제목을 보면 ‘강성대국’, ‘선군’ 등의 용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결국 2007년에도 큰 정책변화 없이 동일한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다.

눈에 띄는 부문은 북한이 핵실험에 따른 군사강국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제문제 해결에 집중해 나갈 방침을 밝히고 있는 사실이다.

김 위원장은 핵실험 직후 “앞으로는 경제사업에 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언론매체들도 핵보유가 재래식 무기를 축소하고 인적 자원과 자금을 경제건설과 주민생활에 돌리려는데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6자회담 재개 합의 후 김 위원장이 경제분야를 집중적으로 시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선군정치의 지속을 통해 안팎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정책을 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지난 2월 자신의 64회 생일을 맞아 간부들에게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도 선군의 길을 변함없이 가야 한다”고 말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올 들어 21일 현재 96회의 공개 활동을 했는데 군부대 시찰 및 행사가 63회로 66%를 차지하고 있다. 북한이 내년 2월 평양에서 ‘선군혁명 선구자대회’를 개최할 예정인 것도 선군강화를 뒷받침한다.

관건은 북미 관계가 어떻게 풀려 나갈 것이냐 하는 데 달려있다.

이미 핵실험을 한 마당에 북한도 더 이상 초강수를 두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이번 타이밍을 놓치면 상당히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할 것이기 때문에 북미 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바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체제안보와 경제난 해결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미 관계와 대외관계 개선이 필수적이고 핵문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이런 문제들은 풀릴 수 없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내년에 북미 관계는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다”며 “북한도 클린턴 행정부 시절 기회를 상실한 경험이 있는 만큼 돌파구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미국의 태도가 변수로 작용한다. 만약 북미 관계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대립을 계속할 경우 북한으로서는 ‘제2의 고난의 행군’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노동신문은 20일 ‘자주의 신념으로 선군조선의 번영기를 빛내이자’는 제목으로 장문의 ‘편집국 논설’을 게재, 자력(自力)만이 살길이라며 개혁,개방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북한은 지난 10여 년 간 선군정치의 결과 당의 퇴보로 인한 군의 약진이 돋보이지만 김 위원장의 정치권력은 안정적이고 더욱 공고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만큼 핵보유국으로서 위상을 바탕으로 정치적 안정을 구축하면서 후계체제 문제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안정적인 정치 권력이양은 중요한 문제”라며 “앞으로 5년 정도를 기간으로 후계구도를 본격적으로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