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I 참여확대’ 갈등 심화되나

북한 핵실험 대응책의 하나로 검토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에 우리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참여할 것인지를 놓고 정부와 열린우리당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 일부와 당내 개혁성향 의원들은 PSI 참여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입장을 ‘위험한 발상’으로 비판하면서 당정간 긴밀한 조율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며 빨간불을 켰다.

김근태 의장은 1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당 북핵대책특위 1차 회의에서 “유엔 결의안이 채택되기도 전에 PSI 참여확대 방침이 정부 당국자 입을 통해 거론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반도는 정전협정 상황임을 엄중하게 직시해야 하며 사소한 해상충돌이 군사적 충돌로 확대될 개연성이 있다”며 PSI 참여 확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PSI에 옵서버 자격으로만 간접 참여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요구대로 본격 참여할 경우 공해상의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활동을 벌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정전협정 상황이라는 불안정성 때문에 남북간 군사적 충돌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 김 의장의 논리다.

김 의장은 회의에 참석한 이종석(李鍾奭) 통일부장관, 윤광웅(尹光雄) 국방부장관, 유명환(柳明桓) 외교통상부 제1차관, 서주석(徐柱錫)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을 앞에 두고 “이번 사안에 대해 불성실하거나 안이한 태도를 보이는 공직자가 있다면, 상황을 (여당과) 긴밀하게 협의하지 않는 공직자가 있다면, 국민의 대표로서 합당한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PSI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한반도에 무력개입이 예상되는 어떤 조치에도 동의할 수 없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간사인 우리당 임종석(任鍾晳) 의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유엔안보리 논의 수준을 봐서 따라가겠다는 것은 큰일나는 일”이라며 “PSI에 참여하는 순간 북한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히는 것이고 (북의) 추가 반발로 가는 것”이라며 PSI 참여확대를 ‘엉터리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원식(禹元植) 사무부총장은 “정부가 동요하는 것 같은데 북한 선박에 대해서 어떻게 무력충돌없이 ‘점검’만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뒤 “미국의 요구를 정부가 반대하기는 어렵겠지만, PSI 확대참여는 절대 안된다”고 말했고, 이목희(李穆熙) 홍보기획위원장도 “우리 영해에서 북한 선박을 나포 수색한다는 것은 특수당사자인 우리 입장에선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며 반대했다.

여당의 강력한 제동과 질타에 부딪히자 정부측 참석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일단 우리 정부가 유엔 안보리 결의 전에 PSI 참여를 확대할 것이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면서 PSI 8개항 가운데 5개항에만 참여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정부 당국자는 “PSI 참여 확대와 관련된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현재까지 정부내에서 PSI 확대참여 방침을 정한 바 없고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으며, 추후 이 문제는 당정합의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고 회의에 참석한 임종석 의원이 전했다.

갈등이 커지자 우리당 우상호(禹相虎) 대변인은 “아직 이 문제에 대한 당론을 정하지 않았다”면서 김 의장의 ‘개인적 소신’임을 강조함으로써 차단을 시도했다.

당정이 이날 표면상 갈등을 봉합하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PSI 참여문제가 국제사회의 행보와 직결돼있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 결의가 나오고 미국의 PSI 참여 요구가 한층 거세질 경우 이 문제는 곧 다시 점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은 우리 정부가 PSI에 전면적이고 즉각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당론을 재확인했다.

한나라당 황우여(黃祐呂)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PSI 참여를 빨리 채택해야 하며, 늦기 전에 단계적 제재조치를 분명히 해서 더이상 북한의 오판이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 “정부 외교라인에서는 PSI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통일부쪽에서 이를 막는다는 것은 저희로서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여당 일각에서는 정부가 PSI 확대 참여를 결정할 경우 국제적 공조를 고려해 그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도보수 성향인 양형일(梁亨一) 의원은 “PSI에 참여한다고 해서 남북간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에 반대한다”면서 “북핵 문제는 국제적 공조없이는 해소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우리가 PSI 참여를 거부하거나 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