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U 검증’, 다시 6자회담 걸림돌되나

조만간 재개될 6자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의 검증’을 최우선으로 요구할 것으로 22일 알려지면서 회담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HEU는 제2차 북핵위기를 촉발시킨 근본 원인으로, 그동안 북미는 HEU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를 놓고 팽팽히 맞서왔으며 작년 9.19 공동성명에서도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못했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6자회담 재개를 막아왔던 핵심쟁점이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와 더불어 또 하나의 난제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셈이다.

◇ HEU 문제란 = HEU는 지금의 북핵위기를 가져온 발단이었으며 BDA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북핵문제 해결의 최대 걸림돌이었다.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대통령 특사로 방북한 자리에서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으로부터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주장하면서 2차 북핵위기가 시작됐다.

미국은 곧 북한이 1994년 체결된 제네바합의를 파기했다며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를 통해 매년 주던 50만t의 중유 지원을 중단했고 북한은 영변 원자로의 봉인을 제거하고 NPT(핵무기비확산조약)에서 탈퇴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2003년 8월 북핵문제를 다룰 제1차 6자회담이 시작됐지만 북미 양국은 HEU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를 놓고 줄곧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대치했다.

미국은 “켈리 차관보가 증거를 제시하자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시인했다”면서 HEU 프로그램의 폐기를 요구한 반면 북한은 “미국이 있지도 않은 우라늄 농축문제에 대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면서 일관되게 반박해 온 것이다.

이처럼 북미가 존재 여부를 놓고 강하게 맞서면서 HEU는 제2차 북핵위기를 불러온 근본 원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의 가장 큰 성과인 작년 9.19공동성명에서도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못한 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표현됐다.

켈리 차관보의 방북 당시 과연 강석주 부상이 HEU프로그램을 인정했느냐에 대한 논란도 있다.

북미간 회담에 통역을 담당한 김동현씨가 작년 6월 은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켈리 차관보가 HEU 프로그램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으며 강석주 부상도 ‘우리가 HEU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고 명시적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다.

그는 전체적 맥락 등으로 미뤄볼 때 강 부상이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었다고 말했지만 북측의 거듭된 HEU 프로그램의 부인과 맞물려 HEU 프로그램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증폭됐다.

◇ HEU검증, 6자회담 최대 쟁점되나 = 미국이 민감한 HEU 프로그램을 다시 꺼내들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음달 중순께 열릴 것으로 보이는 6자회담에서 BDA문제와 함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있다고 하고 북한은 없다고 맞서는 지금까지의 상황이 재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HEU 문제는 제2차 북핵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에서 6자회담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거론될 것으로 예상되긴 했지만 미국이 이를 북한이 우선적으로 이행해야 할 핵심 조기조치로 상정했기 때문에 회담 초반부터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알려진 대로 미국이 HEU프로그램의 검증을 북한의 핵폐기 의지를 가늠할 핵심사안으로 여기고 있다면 BDA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더라도 6자회담의 앞날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미국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자서전 ‘사선에서’에 실린 내용을 근거로 제시하며 해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발간한 자서전에서 1999년부터 북한의 핵기술자들이 파키스탄을 방문해 핵무기 제조를 위한 우라늄 농축 과정에 필수적인 원심 분리기에 대한 기술 지원을 받았으며 칸 박사가 북한에 20여기의 원심분리기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은)만일 북한이 HEU 존재를 부인한다면 파키스탄으로부터 수입한 원심분리기가 현재 어디에서 무엇을 위해 쓰이고 있는 지를 분명히 소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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